"와인을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치 눈을 가린 경주마와 같습니다.

이들 때문에 와인값만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어요."

세계적 와인 평론가로 꼽히는 영국의 젠시스 로빈슨(57)은 28일 현대카드가 자사 VVIP를 위해 마련한 시음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요즘 중동,러시아,동남아시아 등의 부호들이 와인 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일반 와인 애호가들에겐 아주 좋지 않은 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디캔터(영국 와인 전문지)가 '와인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미국의 로버트 파커 다음으로 꼽은 와인 평론가다.

1995년 'The Oxford Companion to Wine'이란 책으로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책 관련 최고상을 휩쓸었다.

1983년 영국의 채널 4를 통해 그가 제작한 'The Wine Programme'은 세계 최초의 와인 전문 TV 프로그램이다.

2003년엔 영국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로빈슨은 "와인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점수제 방식의 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개인적으로라면 몰라도 언론에서 수많은 와인 중에서 최고의 와인을 뽑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A라는 와인이 100점을 받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예요."

한국의 애호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와인에 대한 질문에는 "편한 자리라면 식전에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나 보졸레산 레드 와인,좀 더 격식있는 자리라면 역시 프랑스산이 적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한 데다 컨설팅을 통해 와인 양조 기법이 확산되면서 와인의 품질 차이는 많이 줄어들었다"며 "비싼 와인일수록 맛있다는 편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와인은 같이 먹는 음식과 동반자와 나누는 대화 등 3개가 절묘하게 결합할 때 최상의 맛을 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