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10명 탈옥 성공, 재소자 자살도 증가

누명을 쓴 채 교도소에 갇혀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일부러 은행강도짓을 벌여 형과 같은 교도소에 들어간 뒤 동반 탈옥에 성공한 스코필드.

`석호필'(스코필드의 한국식 애칭) 열풍까지 일으키며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에서와 같은 일들이 한국의 교정시설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탈옥처럼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한국의 교정시설에서도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 한국판 `스코필드' 매년 등장 = 11일 법무부가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 등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매년 재소자들의 도주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도주 사건이 일어난 교정 기관은 대구구치소(2002년), 성동구치소(2003, 2005년), 전주교도소(2003년), 대구교도소(2004년), 전주교도소(2005년), 부산교도소(2005년), 청송3교도소(2005년), 대전교도소(2006년), 포항교도소(2007년) 등 9곳.

도주 사건은 2002년 이후 매년 1∼2건씩 발생했지만 2005년에는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다 검거돼 유명세를 탄 이낙성을 포함해 성동구치소, 전주교도소, 부산교도소, 청송3교도소 등 무려 4곳에서 도주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아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포항교도소에서 재소자 한 명이 도주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1월 문을 연 포항교도소는 개소 당시 최첨단 무인 전자경비시스템을 자랑하며 대대적 홍보가 됐던 터여서 교정 당국이 머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 탈옥에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도주하기 위한 물품을 만들거나 보안시설을 훼손하다 적발당해 징벌을 받은 재소자들의 수도 적지 않아 2005년 이후 `도주물품 제작 등'과 `보안시설장비 훼손'을 이유로 독방에 갇히는 금치를 당한 재소자가 29명이나 됐다.

◇ 사고 끊이지 않는 `살얼음판' =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교정시설 안에서도 폭행은 물론 심지어 살인과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 또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한 해만 해도 같은 재소자를 폭행해 징벌을 받은 재소자가 2천700명이나 됐으며 교도관을 폭행한 재소자도 298명이었다.

2004년에는 대전교도소에서 재소자가 몰래 숨겨두었던 둔기로 교도관을 때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5년에는 한 재소자가 여성 교도관을 성폭력을 가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2006년 한 해 경고나 도서열람 제한과 같은 가벼운 징벌부터 금치 같은 무거운 징벌을 받은 재소자의 수는 전체 재소자 4만7천여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1만2천31명이었다.

반대로 2006년엔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이를 괴로워하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한편 조용히 처리돼 외부로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교도소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수도 2002년 이후 6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2년 8명, 2003년 5명에 그치던 자살자 수가 2004년에 12명으로 10명을 넘어선 뒤 2005년엔 16명, 2006년엔 17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어 재소자들의 자살을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형 대신 교도소 가고, 엉뚱한 사람 석방하고 = 남의 신분으로 위장해 교도소에 들어가는 `성명 모용'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성동구치소 등 4곳에서 다른 사람 대신 들어온 재소자들이 적발됐으며 올해 4월에는 인천구치소에서 김모씨가 남의 이름으로 구치소에 들어왔다 실제 열흘 이상 수감 생활을 하다 뒤늦게 적발돼 출소 조치됐다.

또 천안교도지소에서는 한 남성이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받아야 하는 형 대신 위장 입소를 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반대로 교도소 측이 석방하지 말아야 하는 재소자를 실수로 석방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2005년 청주교도소는 벌금을 내지 않아 40일 동안 수감해야 하는 재소자를 실수로 석방했다가 영문도 모르고 집에 돌아가 있던 재소자를 다시 데려오는 해프닝을 벌였다.

◇ 외국인 재소자는 `따로' =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에서 미국인 주인공 스코필드가 파나마 교도소에서 현지 재소자들과 같이 수감되는 것과 같은 장면이 한국에서는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때부터 우리 국민과 분리돼 외국인 방에서 따로 관리되고 있고 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외국인 전담 교도소인 대전교도소와 대전교도소 천안지소에 수감되기 때문이다.

2007년 7월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는 외국인 재소자는 모두 938명으로 이 중 대전교도소와 천안지소에 354명이 수감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