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ㆍ삼성 공동 인공수정 지원 '해맑은 엄마' 첫 결실

"산에 올라가 빨간 대추를 치마폭에 가득 따서 집에 와 풀어 보니 모두 산삼으로 변해 있었답니다."

이형탁·김재심씨 부부.한국경제신문사와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추진해 온 '해맑은 엄마 캠페인(인공수정 시술비 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1월9일 시술을 받고 지난 9월23일 사내아이를 출산한 첫 수혜자다.

이들은 아들 주현이가 태어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그 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10일 산후조리원을 찾은 기자가 득남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서로 말꼬리를 자르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6남1녀를 낳으면서도 한 번도 태몽 같은 것을 꿔보신 적이 없다던 어머니께서 글쎄 처가 임신한 지 5개월째 되던 때 태몽 얘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물어볼 것도 없다','아들이다'라면서 말이에요."(남편 이씨)

"남편이 이름을 지으러 갔더니 작명하는 분이 태몽 얘기를 듣고 '총명한 데다 재물복까지 타고 났으니 걱정할 것 하나 없다'고 했다더군요."(부인 김씨)

그러나 이런 기쁨을 맛보기까지 부부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씨 부부는 나이가 각각 48세,41세다.

보통 말하는 노산(老産)인 데다 지난해 두 번이나 인공수정에 실패,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해외에서 돌아와 치과의사 자격증 공부 때문에,저는 그 뒷바라지 때문에 아이를 계속 미루다 더 미룰 수 없어서 지난해부터 노력했어요.그런데 마음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인공수정이 계속 실패하면서 상상임신도 하고…."

이런 부인에게 힘이 된 것이 남편이었다.

남편 이씨는 오랫동안 구독해 오던 한국경제신문의 '해맑은 엄마 캠페인' 소식을 읽고 서둘러 신청했고 임신 성공 사실을 알고부터는 잠시도 부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아이는 같이 키우는 것이라며 자신이 여유를 갖기 전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고집했죠.그리고 2차 시험이 되자마자 임신을 시도했어요. 임신 직후부터 출산까지 이 사람처럼 챙긴 남편은 없을 거예요. 공부하는 틈틈이 뱃속의 아이와 태담을 하고,노래를 들려주고…." 이씨는 내년 3차 시험이 끝나기 전에 주현이 동생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다른 불임부부들에 대한 걱정도 빼놓지 않았다.

"저는 때마침 한경과 삼성의 도움으로 우리 주현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주위엔 아이를 갖고 싶어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비용이 겁나서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비용은 정부에서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씨 부부는 자신들의 사연이 임산부의 날(10월10일)을 맞아 불임부부들에게 힘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