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가 풍성한 한가위 추석이다.

맛있고 다양한 음식 앞에서 절제력이 없는 어린이들은 과식하다가 체해 바늘로 손톱 끝을 딴다거나 활명수 같은 약을 먹이는 소동을 겪기 일쑤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평소 소화력이 약해 음식이 잘 체하는 체질은 연휴 내내 속이 거부룩한 상태로 지내기 십상이다.

명절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경미한 질환이 체증이다.

체하는 첫째 요인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쉴 새 없이 과식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 갈비 등 소화되지 않는 지방질을 섭취하는 비중이 평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음주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다음으로 귀성길의 스트레스와 차멀미,피로 등이 체증을 유발한다고 볼수 있다.

체하면 흔히 구급약 상자에 있는 소화제부터 찾는다.

하지만 급성 체증,구토,설사 등은 시간이 약이다.

소화제부터 먹이지 말고 한 끼 정도 식사를 걸러 위와 장을 쉬게 하는 게 좋다.

그런 다음 밥물 등을 먹이면서 증상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게 낫다.

우리가 흔히 먹히는 알약 타입의 소화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분해를 돕는 소화효소를 가축의 기관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주된 목적은 지방분해에 있다.

그러나 이런 소화효소는 평소 충분히 분비되고 있기 때문에 췌장염 같은 질환에 걸리지 않았다면 보충할 필요가 없다.

소화제를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틀린 얘기다.

음식물이 들어가면 소화효소는 거의 자동적으로 분비된다.

끼니마다 소화효소제를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끔 복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한 데에는 소화효소제보다는 멕소롱처럼 구토도 억제하고 위장관운동도 촉진하는 약을 먹으면 좋다.

그러나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수 있다.

대신 일반약인 돔페리돈 같은 위장관운동촉진제를 먹을 수 있지만 구토억제 작용은 다소 떨어진다.

염려되는 것은 탈수다.

구토와 설사가 아주 심하면 물과 전해질이 빠져나가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당분 수분 전해질 보충을 위해 수액을 정맥주사하는 게 가장 좋지만 중증이 아니라면 이온음료나 가정에서 만들수 있는 수액제를 마셔도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물 2ℓ에 포도당 20g,염화나트륨 3.5g,중탄산나트륨 2.5g,염화칼륨 1.5g을 탄 것을 경구용 수액제로 권하고 있다.

평소 잘 체하고 속이 거부룩하고 울렁거리고 부글부글 끓는 사람은 대개 원인을 알수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에 걸려있다.

한국인의 약 25%가 이 질환에 시달린다.

이 질환의 40%는 위의 운동기능이 약해서,또다른 40%는 위의 감각이 너무 예민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이 위로 들어가면 반사신경에 의해 위의 부피가 2∼3배로 늘어나고 위내부 압력은 낮게 유지된다.

그러나 타고난 위운동이 약하고 이런 반사기능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조금만 먹어도 위내부 압력이 높게 감지돼 팽만감과 조기 만복감 등을 느끼게 된다.

또 위 하부 근육은 수축해 음식을 잘게 부수고 십이지장으로 내려보내는데 이 같은 위 배출 기능이 약하면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게 되고 포만감 구역질 등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당뇨병이 오래 된 사람은 위배출이 늦어져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이 같은 위운동은 식사 후 운동을 한다고 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치료가 쉽지 않다.

위의 감각이 예민한 '내장 과감각(또는 과민성)'은 정상인은 아무런 느낌이 없는 정도의 위 내부압력에도 불쾌감과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다.

지방질과 같은 특정영양소나 위산분비 등에 의해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 밖에 나머지 20%의 각종 소화불량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스트레스,밀가루 우유 등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과민성장증후군,식도염,위십이지장 염증 및 궤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위궤양 식도염 담석 간질환 췌장질환 소화기암 등이 아닌지 검사해본다.

이런 질환이 아닌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판단되면 제산제,위장관운동촉진제,위산분비억제제,장내 가스제거제,항우울제 등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증상을 개선시킬수 있다.

/박형석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