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쫄깃한 '이탈리아의 맛' … 입안 가득 넘치는 바다내음

파스타는 흔히 '스파게티'로 불리는 이탈리아 국수다.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기원 전 3000년께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1295년께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로 가져와 이탈리아인의 주식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파스타의 주재료는 '듀럼'이라는 밀을 빻은 가루(세몰리나)로 입자가 거칠고 딱딱하다.

파스타는 만두 모양을 한 '라비올리',버터와 치즈로 만든 '뇨키',걸쭉한 '그라탕' 등 형태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파스타하면 얼마전까지 토마토 소스를 잔뜩 넣은 '빨간 스파게티'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마늘과 올리브유로 만든 '알리오 올리오'라든지,조개를 넣은 '봉골레',매콤한 '아라비아타',크림이 잔뜩 든 '카르보나라' 등 독특한 파스타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본토 파스타 맛을 내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특히 해산물을 이용한 파스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을 연인이나 식구들과 함께 가볼 만한 '파스타 맛집'을 알아본다.


■ 그란구스또 : 재계 회장들 단골 ‥ '고등어파스타' 유명



◆그란구스또(02-556-3960)='위대한 맛'이라는 뜻을 가진 '그란구스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사거리에 있다.

해산물을 이용한 파스타를 잘하는 곳이다.

문을 연 지 3년이 갓 넘었을 뿐인데도 이미 인터넷 포털 식도락 카페와 블로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성지'로 평가되고 있다.

미식가로 소문난 LG그룹 구본무 회장,SK그룹 최태원 회장,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쌍용그룹의 김석원 회장 등도 이곳의 단골로 알려져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는 '고등어 파스타'다.

고등어하면 '비릿함'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는 그리 먹음직스럽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초밥용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허브나 올리브 오일,생마늘 등을 넣어 마리네이드를 한 고등어를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잘게 부숴 나온다.

고등어 특유의 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씹히는 '치감'이 훌륭하다.

파스타 면과 고등어를 한입에 넣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멍게 파스타'도 있다.

멍게와 파스타의 만남은 고등어 파스타 못지않게 특이하다.

경남 통영에 가면 먹을 수 있는 '멍게 비빔밥'이 떠오른다.

잘 숙성시켜 잘게 토막낸 멍게를 한 움큼 밥에 넣어 비빈 다음 '도다리 쑥국'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올리브오일,파스타 등과 만나도 멍게는 진가를 발휘한다.

이 집에서는 파스타만 주문해서 먹기보다는 코스메뉴를 택하는 것이 낫다.

양식당의 코스메뉴란 보통 '단품 요리'에 쓰고 남은 재료를 소비하기 위해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의 코스요리는 그 자체가 메뉴판이다.

보통 1~2가지에 불과한 전채요리가 5∼6가지에 달하는 데다 파스타 종류도 4∼5가지나 된다.

메인요리 역시 3∼4가지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그래서 단골들은 매일 가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한다.

점심코스는 1만9000∼3만5000원,저녁코스는 3만5000원과 4만7000원,'쉐프 스페셜 코스'는 7만원이다.

■ 뚜또 베네 : 꽁치가 통째로 ‥ 가리비와 어우러진 맛


◆뚜또 베네(02-546-1489)=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지난 5월1일 문을 열었다.

'뚜또 베네(Tutto Bene)'는 1972년 장 뤽 고다르와 장 피에르 고랭이 만든 프랑스 영화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Everything's fine'이란 뜻이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와 중부 토스카나 지방에서 공부한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곳의 히트작은 '꽁치 파스타'다.

메뉴의 이름은 '숙성시킨 꽁치 링귀니'(1만7000원)로 돼 있다.

그란구스또의 고등어 파스타의 고등어는 잘게 부서져 나오지만 여기서는 꽁치의 몸통이 그대로 살려져 있다.

다만 횟집의 서비스 반찬으로 나오는 꽁치처럼 머리,꼬리가 다 있는 모습은 아니다.

역시 올리브오일 등으로 마리네이드를 했다.

짭짤하고 쫄깃한 꽁치의 맛이 파스타 맛을 더욱 오묘하게 만든다.

가리비도 얇게 썰어져 있어 맛을 한층 배가시켰다.

전채요리도 해산물을 이용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베네치아식 깔라마리'는 '깔라마리'(어린 한치)를 통째로 구워서 낸다.

깔라마리 요리는 보통 튀기거나 '오징어링'처럼 나오지만 있는 그대로 삶아 심플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

함께 나오는 강원도 찰옥수수찜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전화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 올라 : 지글지글 '뚝배기 스파게티' 인기

◆올라(02-2090-7220)=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변에 있는 레스토랑 '올라'의 분점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주상복합아파트 '더 샵 아일랜드파크' 1층에 문을 열었다.

한식이 아닌 이탈리안 요리로 지방에서 성공한 뒤 서울에 분점을 내는,흔치 않은 사례다.

이곳의 스파게티는 '뚝배기'에 나온다고 해서 '뚝배기 스파게티'로 불린다.

이름은 '지글지글 끓는 해산물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1만6000원)다.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다 보니 매우 뜨겁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파게티는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뚝배기가 꽤 커 양도 적지 않다.

뜨거운 스파게티를 후후 불어가면서 먹다 보면 흡사 해장국을 먹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