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변호사들과 집사람의 이해로 큰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신희택 변호사)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신희택,박준 변호사.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두 간판 스타가 로스쿨을 준비 중인 서울대 법대 교수로 간다는 소식에 법조계와 학계가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3일 서울 종로구 세양빌딩 본사에서 만난 신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만 27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솔직히 서운하다"면서도 "실무에서 배운 것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리했으면 했는데 마침 로스쿨이 출범해 후학 양성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모교행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실무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동료들 간 호칭도 '교수'다.

외모도 학자풍인 데다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각종 위원회나 공청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실무경험을 이론에 접목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대학에서는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후학 양성에 대한 의욕도 상당했다.

"국제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한다면 법학 교육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하버드 로스쿨(LLM)과 셜리번앤크롬웰(미국계 로펌)에서의 경험도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생각이다.

미 예일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JSD)까지 딴 신 변호사도 "소크라테스식 강의와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토록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로스쿨 정원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명품론'으로 답을 대신했다.

"로스쿨은 소비자가 고급품(법률서비스)을 구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도여서 질 좋은 변호사를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추기 위해 미국에서는 예일 같은 작은 규모의 학교도 학생 정원이 150명을 넘고,보통은 300명 이상입니다."

얇아질 월급봉투 때문에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집에서는 결재가 쉽게 났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대표선수'들이 빠져나가는 김앤장 선·후배 변호사들이 얼마나 당황했는지도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수석졸업과 사법연수원 수석수료(신희택),서울법대 수석입학(박준) 등 타고난 천재들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기업 인수·합병(M&A) 등 법률자문 시장의 수준을 글로벌 로펌과 당당히 겨룰 정도로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도 신 변호사는 "저변이 두터워 김앤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를 입증하느라 두 사람이 들려준 여담이다.

1982년 박 변호사가 법무관을 마치고 막 김앤장 문을 두드렸을 때의 일이다.

왠지 분위기가 어수선해 사연을 알아 보니 2년 앞서 와 있던 신 변호사와 정계성,우창록 변호사(현 법무법인 율촌 대표) 등이 대거 유학길에 오른다는 것.당시만 해도 소속 변호사가 20여명에 불과할 때여서 "김앤장이 휘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기우였다"며 신 변호사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조만간 복귀명령이 내려질 줄 알았는데… 아무 연락이 없더라고요."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