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A에 '한국' 이 없다 ‥ 국내기업 케이스 스터디 전무

#1.지난달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을 졸업한 최모씨(28)는 수업시간에 MBA케이스를 이용하는 비용으로 한 학기당 평균 30만~40만원을 썼다.

MBA케이스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하버드 MBA스쿨 등 외국대학에 비용을 지불해야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최씨는 "지난 1년 동안 배운 한국 기업 케이스는 삼성전자밖에 없었다"며 "그것도 미국 대학에서 사온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2.이재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홍콩대로부터 한국 기업에 대한 케이스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한국 기업에 관한 케이스를 써주면 홍콩대가 저작권을 갖게 된다.

나중에 국내 MBA스쿨이 이를 수업에 활용하려고 하면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 인가로 한국형 MBA스쿨 시대가 개막됐지만 MBA수업의 핵심교재인 기업 케이스의 대부분은 해외 MBA에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기업 케이스조차 미국 하버드 MBA스쿨 등에서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MBA의 역사가 짧아 한국기업에 관한 케이스(사례) 분석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한국 기업 사례 연구에 관한 한 한국 대학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한국 MBA의 경쟁력은 결국 한국 기업 케이스 분석에서 나온다"며 "국내 기업 사례 분석에 대한 주도권을 외국대학에 빼앗겨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 케이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케이스를 개발한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다.

케이스를 쓰려면 논문을 쓰는 것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케이스는 연구 실적에 포함되지 않아 교수 승진에 도움이 안된다.

기업들이 정보 공개에 인색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최근 한 교수는 "로그인한 회원들의 행동 연구를 위해 모 포털업체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미국 아마존닷컴에서는 다 공개하는 간단한 정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경영학계는 MBA케이스의 활발한 개발을 위해 대학 기업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콩처럼 정부가 주도해 홍콩대에 아시아사례센터를 운영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부의 두뇌한국(BK)21 평가에서 케이스 개발 교수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대는 MBA스쿨 안에 사례연구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개 국내 기업 케이스를 영문으로 자체 개발한다는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 사례를 만들어 하버드 MBA처럼 돈을 받고 파는 시스템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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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MBA케이스=MBA스쿨의 핵심 수업 교재로 'MBA의 꽃'이라 불린다.

각 케이스는 특정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전략적 이슈와 배경을 이루는 산업의 구조적 특성,각종 성과 자료들을 담고 있다.

학생들은 케이스 연구를 통해 해당 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 주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 하버드 MBA스쿨은 1912년 세계 최초로 케이스를 주된 교육 방식으로 도입했다.

1924년 창간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사례 연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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