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도 `이공계 위기', 공대학장 외부지원자 `전무'

우수 학생들이 이공계열 입학을 꺼리는 `이공계 위기'가 서울대 교수 사회에도 불어닥친 것일까.

서울대 공대는 9월1일자로 발령할 예정인 올 2학기 신임교수 공채를 실시한 결과 지원자들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상 처음으로 공채에 실패해 채용을 미뤘다고 21일 밝혔다.

공대는 지난 3월 기계항공공학부, 전기ㆍ컴퓨터공학부, 재료공학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조선해양공학과 등 5개 학부(과)에서 신임교수 7명(기금교수 1명 포함)에 대한 채용공고를 냈었다.

그러나 40여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은 각 학부(과) 인사위원회의 서류심사 및 심층 인터뷰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전체 교수회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결국 단 1명도 신임교수로 채용되지 못하게 됐다.

신임교수 채용 실패는 공대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대 관계자는 "`부적합' 판단 사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지원자들의 학문적 성취가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라며 "우수한 재원이 공대 교수직을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올 6월 공대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학장 외부공모 역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았다.

지난 20일 마감된 공대 학장 공모에서 지원자 8명은 모두 교내 공대 교수였다.

외부 지원자는 1명도 없었다.

국내 대학 사이에 학장급 교수의 교류가 거의 전무한 데다 `학장감'으로 꼽힐 만한 외부 인사는 대부분 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어 귀국을 꺼리는가 하면 국내에 있어도 고연봉을 받는 기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공대는 분석했다.

서울대 자연대도 공대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자연대 물리ㆍ천문학부는 5년 전 생물물리학(Bio-physics) 분야 신규교수 공채를 시도했으나 2차례 연속 교수 채용에 실패해 결국 작년에야 특채 형식으로 해외에 있는 우수 인재를 영입했으며 화학부 역시 교수 공채에 실패해 채용을 미뤄둔 상태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교수 공채를 공고하면 8대 1∼9대 1 가량의 지원율을 보이지만 우수 인력은 대부분 해외 대학이 선점해 국내 인재풀에서는 마땅히 뽑을 만한 인물이 없다"며 "물리ㆍ천문학부의 경우 1차례 더 실패하면 채용 가능인원(TO)이 사라지게 돼 부득이하게 특혜를 제공해가며 교수를 초빙했다"고 말했다.

학문 후속세대인 대학원생 역시 우수한 학생은 대부분 유학길을 떠나는 바람에 국내 대학원의 질이 대체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연대 수학과는 대학원생 모두를 교양과목 강의조교(TA)로 활용해왔으나 일부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실력이 뒤처진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별도 시험을 치러 강의조교를 선발키로 했다.

다음달 11일 퇴임을 앞둔 김도연 공대 학장은 이 같은 현상을 교수와 학생을 막론한 국내 이공계의 전반적인 위기로 진단했다.

김 학장은 "일단 채용되면 동일한 연봉과 정년을 보장받고 연구비를 나눠 갖는 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능력에 관계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환경에 쓸만한 인재가 몰릴 까닭이 없다"라며 경쟁 없는 국내 학계를 질타했다.

그는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우수 이공계 인력은 정체된 국내 학계에 편입돼 도태되고 자녀를 다시 유학보내며 `기러기 아빠'가 되느니 아예 해외 대학에 자리를 잡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학과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