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질서라는 게 있는데 한두 사람 때문에…."

퇴임을 앞둔 김성호 법무장관이 크게 화를 냈다.

법무부 주최로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상법(보험편)개정안 공청회 자리에서였다.

김 장관이 인사말을 하려고 마이크를 잡는 순간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러댔다.

"주제발표문을 봐야 하는데 인터넷선이 깔려있지 않다,평등하게 대해 달라"는 게 주장의 요지.이에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정부가 언제 소비자를 위한 적이 있느냐"며 맞장구를 쳤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 중인 일부 참석자들은 난데없이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기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권을 달라"는 시민들의 고성도 공청회 중간중간 터져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손해보험사의 연금보험 시장 진출 등 이날 공청회의 핵심 안건과는 무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소동으로 인해 공청회가 10여분간 중단됐지만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인터넷선을 깔고 어수선한 장내 분위기를 진정시켜 공청회는 겨우 진행됐지만 마이크 앞에 선 김 장관은 평소 그답지 않게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의견을 말하려면 정정당당히 개진하고 공청회 예의를 지켜달라"며 소란의 진원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조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원칙(zero tolerance)'을 강조하다 현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아 중도하차를 앞두고 있는 그다.

임기 중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법치주의 실현에 대한 소신발언을 이어간 그로선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는 '떼법논리'등 초법적 현실에 사실상 마지막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법무부 관계자도 "아무리 이해관계가 걸려있고,평소 불만이 쌓였다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심한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