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전문 변호사가 되려면 연세대,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되려면 건국대 로스쿨로 오세요.'

주요 대학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학교별 특성화 전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인가 기준 항목에 특성화 여부를 포함시킬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학들은 특성화가 로스쿨 인가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연세대는 상대와 의대가 강한 점을 내세워 국제통상과 의료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정했다.

국제중재,국제금융,기업인수합병(M&A) 등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과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법률적 문제점 등을 공부하는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홍복기 법대 학장은 "의료·생명과학 분야는 각종 윤리적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국제통상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법률 전문가의 수요가 많은 분야여서 특성화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재단을 갖고 있는 성균관대는 기업법무쪽을 특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승우 법대 학장은 "기업 분쟁 전문 변호사나 사내 변호사들을 육성하는 커리큘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학과에 대한 지명도가 높다고 판단한 건국대는 부동산 분야에 특화된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철 법대 학장은 "학생들도 소위 '돈이 되는' 분야의 변호사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법을 특성화 분야로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국립대라는 점을 고려,공공분야로 진출할 변호사를 배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호문혁 법대 학장은 "국립대인 만큼 공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권 전문 변호사나 행정부 등 정부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법조인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여성 관련법을 특성화 분야로 정했다.

김문현 법대 학장은 "여성 인권과 여성 노동자 문제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 변호사를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방대학들은 지역적 특징을 고려했다.

부산대는 금융 및 해운·통상법을,조선대는 지식재산권 등 문화·예술 관련법을 특성화로 정했다.

김상영 부산대 법대 학장은 "학교가 항구도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운·통상법에 초점을 맞추게 됐으며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금융사가 몰려 있고 수많은 무역이 이뤄지는 도시라는 점에서 금융 관련법도 특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 역시 항구 도시의 특성에 걸맞은 물류 및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 변호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로스쿨 특성화=각 대학이 로스쿨 과정에서 어떤 분야의 법조인을 키울 것인지를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응시생들의 선택을 돕도록 하는 것.한 가지 분야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으며 복수의 특성화 코스를 마련하는 것도 허용된다.

지난해 교육부의 용역을 받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심사기준 연구진이 로스쿨 인가기준의 평가지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