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혁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 변호사는 지난해 색다른 칭찬을 들었다.

그는 CJ그룹이 연예기획 및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체인 메디오피아를 인수,엠넷미디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CJ 측을 대리해 계약서 작성 등 법률자문업무를 해줬다.

이를 서영제 대표변호사에게 보고했더니 "어떻게 CJ건을 맡았느냐"며 깜짝 놀라더라는 것.서 대표변호사는 일전에 "사건이 있으면 좀 맡겨달라"고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부탁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손 회장에 따르면 "CJ는 법무법인 충정하고만 거래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황주명 충정 대표변호사와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다.

임 변호사의 CJ건 수임은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전문인 그의 개인기에 기인한,보기 드문 예외적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역시 인맥관계가 근간이 됐지만 대한항공과 법무법인 광장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태희 광장 대표변호사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매부다.

이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진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장인인 조중훈 전 회장과 깊은 얘기를 나누는 측근이었으며 조양호 회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항공법을 전공하기도 했다.

광장은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클라이언트를 확보한 데 힘입어 꾸준히 몸집 불리기를 해와 현재 국내 로펌업계 2위를 고수하고 있다.

CJ와 충정,대한항공과 광장의 관계처럼 국내 법무법인들이 특정 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동반성장'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기업이 특정 로펌에 일감을 몰아주고 로펌은 해당 기업의 법률자문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며 함께 커가는 구조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이다.

임기택 레인콤 이사는 "세양의 한창수 변호사는 '레인콤 법무팀장'이라고 농담할 만큼 IT기업 특유의 비즈니스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의 경우 법무법인 태평양 및 세양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03년 고려미디어와 벌였던 MP3플레이어 자막(가사) 지원 기술 관련 특허 분쟁의 경우처럼 굵직한 사건은 대형 로펌인 태평양에 맡기고 중견 로펌인 세양에는 미수채권 회수 관련이나 간단한 소송을 처리토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뢰에 바탕을 둔 로펌과 기업의 1 대 1 협력관계가 지속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여러 로펌에 일을 맡길 경우 경영상의 비밀이 여러 곳에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로펌은 기업의 속사정을 알기에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는 것에 비례해 로펌도 관련 변호사를 꾸준히 영입,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미국계 로펌 셔먼앤스털링과 글로벌 금융기업인 씨티은행의 관계처럼 영미계에서는 파트너십 협력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기업과 로펌의 파트너십 관계가 지속되면 단순한 법률자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장기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조언해줄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된다"고 말했다.

기업과 로펌의 동반성장은 그러나 아직 일반화된 현상은 아니다.

서정국 현대자동차 국제법무팀장은 "로펌업계 1위인 김앤장이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변호사를 찾다보면 여러 로펌과 거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법무팀장은 "특정 로펌하고만 거래할 경우 유착의혹을 받는 등 안팎에서 잡음이 들려 아예 골고루 물량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태웅/문혜정 기자 redae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