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있다.

현지의 문화와 정서를 최대한 반영한 토착 영업을 강화함으로써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G생명은 이날 이상휘 부사장(40)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이 신임 사장은 AIG투자자문의 홍콩 펀드매니지먼트를 총괄한 뒤 AIG투자자문코리아 대표,AIG생명 전무 등을 지냈다.

고든 왓슨 전임 사장은 홍콩 소재 AIA 본사의 총괄부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AIG생명이 한국인 사장을 발탁한 것은 1987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20년 만이다.

이 사장은 "고객 만족을 극대화함으로써 영업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월 정문국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알리안츠가 국내에 진출한 뒤 한국인 CEO를 선임하기는 정 사장이 처음이다.

독일계 알리안츠그룹이 아시아시장 최대 계열사의 CEO를 현지인으로 선임한 것은 토착경영을 통한 성장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것.

당시 체델리우스 알리안츠생명 회장은 "금융 비즈니스는 속성상 현지 고객의 니즈와 문화 등에 융화돼야 한다"며 "한국인 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인 CEO로는 푸르덴셜생명의 황우진 사장,라이나생명의 이영호 사장 등이 있다.

또 지난 3월 3연임에 성공한 메트라이프생명의 스튜어트 솔로몬 사장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정도로 한국 사정에 밝다.

솔로몬 사장은 젊은 시절 평화봉사단에 지원,1971년 한국 땅을 처음 밟았으며 그후 1974년 다시 한국에 와 부산 사상공단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한 경험도 갖고 있다.

PCA생명의 빌 라일 사장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라일 사장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속성을 보험영업에 접목,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뉴욕생명의 앨런 로니 사장은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뉴욕생명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성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임원은 "보험 산업은 본질상 규제가 많은 업종이어서 외국인 CEO의 경우 감독 당국과의 의사소통에 애로를 겪을 때가 잦다"며 "한국인 CEO를 선임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조직 관리도 한결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8%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 현재 20%를 기록하는 등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