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미국 유학을 앞두고 추억 여행에 나선 가족, 첫 해외 여행을 떠난 모녀, 대선을 앞두고 짬을 내 이른 휴가여행을 떠난 방송사 기자 가족...

이들은 "살아만 있어달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뒤로 하고 끝내 캄보디아 정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캄보디아에서 지난 25일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던 한국인 13명을 비롯한 탑승객 22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캄보디아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27일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훈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수색팀이 남성 3명과 여성 4명의 시신을 회수했다"면서 "추락한 여객기의 사진을 보면 그 누구도 생존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 실종 비행기에 탔던 한국인 13명 등 탑승자 22명 전원이 사망했음을 캄보디아 정부가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캄보디아 정부가 항공기에 탑승한 22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공식 통보해왔다"면서 "정부는 사후 수습에 있어 가족의사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꼬산 북쪽서 동체 발견 = 캄보디아 키에우 카나리드 공보장관은 수색팀이 보꼬산 북쪽에서 추락한 여객기의 동체를 확보했으며 탑승객 전원이 "모두 숨졌다.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는 25일 한국인 13명 등 22명을 태우고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공항을 떠나 시아누크빌로 향하던 도중 실종됐으며 사흘 만인 이날 발견됐다.

발견된 위치는 프놈펜에서 167㎞ 떨어진 북위 10도50분982초, 동경 103도55분417초 지점의 경사가 심한 산악 밀림으로 파악됐다.

추락 현장은 기체 주날개가 처참하게 찢겨져 나갔지만 여객기의 잔해는 동체를 중심으로 반경 30m를 벗어나지 않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동체의 겉모습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사고 여객기 동체가 분리돼 있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유지돼 있어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캄보디아 수색팀은 이날 오전 총리실 소속 특별 헬기 2대, 경찰청장 헬기 1대 등 총 9대의 헬기와 2천명의 군경요원 등 인력을 대거 보강해 수색작전을 재개했다.

태국 미군기지는 P-3C(대잠수함 초계기)를 캄보디아에 투입,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수색 작업을 진두 지휘한 훈 센 총리는 "대규모 (수색) 작업이었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우리 군인들은 사고 여객기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시신 수습 = 캄보디아 구조팀은 한국인 관광객 등 사망자들의 시신이 수습되는대로 수도인 프놈펜으로 이송키로 하고, 시신 중 10구를 1차로 이날 오후 1시께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러시안 프랜드쉽 국립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

그러나 오후 들면서 사고현장의 악천우가 다시 시작되면서 나머지 시신 운구는 예정보다 늦어졌다.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측은 "한국인 관광객 시신 13구는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러시아 프랜드십 국립병원'(옛 러시안병원) 영안실로 모두 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육로를 통하지 않고 사고 현장인 캄포트주(州)의 보꼬산에서 헬기로 직접 프놈펜으로 시신을 이송할 계획이어서 시신 운구가 빠르면 이날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 시신 이송이 끝나면 전날 밤 서울에서 도착한 신속대응팀 소속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게 된다.

김봉현 재외동포영사국장은 "현지 캄보디아 의료진이 사망을 공식 확인했지만 한국 의료진에 의한 확인과 판단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가족들의 육안 확인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제일 중요한 것이 한국으로의 (시신) 이송 문제인데 정기 운항 항공편의 크기가 작아 특별기를 운송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가족들의 동의하에 일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고 현장이 수습되고 탑승 승객들의 시신이 프놈펜으로 이송된 뒤 자세한 장례절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족 표정 = 뜻밖에 가족을 잃은 한국인 승객 유족들은 이날 오전 탑승객 전원 사망 소식을 듣고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오열했으나 오후에 접어들면서 슬픔을 딛고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유족 18명은 투숙하고 있던 프놈펜의 캄보디아나 호텔에 모여 가족을 잃은 슬픔을 침통한 표정으로 억누르면서 대사관측과 시신 운구와 장례 절차 등을 논의했다.

특히 유족들은 언론의 취재 경쟁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대사관측에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1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중국 광저우를 경유해 밤 늦게야 프놈펜에 도착한 이들은 당초 27일 오전 8시께 사고 현장인 캄포트주로 향하던 중 기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투숙했던 호텔로 되돌아왔다.

이들은 대사관측으로부터 기체 발견에 이어 탑승객 22명 모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공식 통보받자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대사관측이 제공한 점심도 거른 채 슬픔에 젖어있던 유족들은 오후들면서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으며 시신의 프놈펜 운구가 다시 시작된 악천우로 지연되자 호텔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 사고 원인 = 지금까지 사고 원인으로는 악천후와 조종사 과실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훈 센 총리는 사고 원인에 대해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상 악화로 인한 것"이라며 "캄보디아에서 운항 중인 모든 여객기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직전 착륙 공항의 관제탑에서 사고기에 고도가 너무 낮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고가 조종사의 과실로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갑렬 외교통상부 재외동포대사는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이 25일 여객기가 실종되기 직전 "고도가 너무 낮다"고 사고기에 경고했으며 사고기 조종사는 "이곳 지형은 내가 잘 안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캄보디아 여객기의 조종사가 실종되기 직전 '비행고도가 낮다'는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의 경고를 무시했다면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이 있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항공기조종사협회의 한 조종사는 "사고발생 직전 관제탑에서 비행고도가 600m로 너무 낮다고 경고한 것으로 추정해보면 항공기의 고도를 자동 체크해 실시간으로 관제탑에 전송하는 장치인 '모드C트랜스폰더'와 조종석 계기판의 고도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기 조종사가 관제소의 경고를 무시한 것은 주변 지형에 대한 오판이나 과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항공대 송병흠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사고기 조종사가 비행고도가 낮다는 관제탑의 경고를 따르지 않았다면 사고원인의 한 요소는 바로 조종사의 과오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 조종사가 관제탑의 경고를 따르지 않은 것은 기상악화 탓에 육안식별 비행을 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 무리하게 운행하다가 산악지대에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추락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도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훈 센 총리의 말을 인용해 수색팀이 블랙박스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프놈펜.서울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이우탁 조준형 기자 sungok@yna.co.krlwt@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