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명문고 변질' vs `학생 학교 선택권 확대'

서울시교육청이 30일 입시요강을 발표한 서울국제고등학교는 학생의 학교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자칫 입시명문고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왔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외국어에 능통하거나 과학적 소질이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본래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우수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로 바뀐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국제고도 국제전문가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 취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졸업생들을 수도권의 이른바 `명문대'로 진학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외고 출신이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는 것처럼 서울국제고 출신도 국제학부나 국제관계학과가 아니라 수도권 주요 대학의 법대나 경영대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국제고 출신이 설립 취지에 맞게 국제학부 등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충분한 배려를 해줘야 하는데 그럴 경우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점도 입시명문고로 퇴색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내신 경쟁에서 불리해진 학생들이 동일 계열 학부를 포기한 채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재갑 교총 대변인은 "서울국제고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적인 구조와 현실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고 서울국제고가 외고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국제고 입시요강이 내신 위주 선발 방식으로 짜였지만 이 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 출현 가능성 등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심층면접에서 이뤄지는 다각적인 영어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초등학생 때부터 분다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이 조성될 게 뻔한 것이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국제고 설립의 교육적 명분은 좋지만 기존의 특목고가 변질해온 상황을 보면 취지를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의 특목고보다 더욱 심한 특권 학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국제고와 외고의 차이점을 강조하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고는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서울국제고는 국제관계 또는 외국의 특정 지역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외고는 전공 외국어 학과가 설치돼 있고 외국어계열 전문교과를 82단위 이상 배워야 하나 서울국제고는 전공 학과 없이 국제 경제, 사회, 문화 등 국제계열 전문교과를 82단위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서울과학고는 분명 외고와는 달리 국제관계나 외국의 특정지역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외고와는 다른 모습이 되며 우려하는 것처럼 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에 국제전문가를 양성하는 국제계열 특목고가 처음 생기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범위가 넓어진다는 대목은 장점으로 꼽힌다.

고교가 인문계와 자연계라는 획일화된 형태로 분류돼 있어 본인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어도 가지 못하는 현실에 비춰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보해 다양한 교육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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