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저에게 '기특하고 장하다.

앞으로 더 잘하고 잘 모시고 살아야겠다'고 농담처럼 그러더라고요.

트로피를 보고도 많이 좋아했고요.(웃음)"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칸의 여왕' 전도연이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배우 송강호와 함께 30일 오후 서울 압구정CGV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20년 만에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한국 영화계에 안겨 준 전도연은 수상 트로피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는 등 시종 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땐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로 다 표현이 될까.

그보다 더 잘 표현할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어요.

귀국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처럼 멍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고 되물을 정도였어요."

전도연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한 인천공항에서 두 번 놀랐다고 했다.

너무 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었던 데다 어머니까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공항에 나오시는 분이 아닌데 이제 '출가외인'이라 친정집으로 바로 못 올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제 도착해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고 또 인터뷰 제의도 많았지만 그냥 조용히 남편과 보냈어요."

'월드 스타'라는 말을 처음 들어 봤다는 그는 "이번 상을 받은 것만으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 작품 출연도 아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해외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부터 봐야겠죠.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작품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요.

지금은 좀 쉬고도 싶지만 '밀양' 개봉 때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우선 무대 인사 등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전도연은 처음엔 연기해 낼 자신이 없어 '밀양' 출연을 포기했지만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나서 시나리오를 다시 보니 주인공 '신애'의 고통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통의 끝이 어딘지 느껴 보고 싶어 배역을 맡기로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칸 영화제에서 제 연기를 봤다기보다 '신애'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준 것이 감동스러웠어요."

이창동 감독은 진폭이 큰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전도연을 한마디로 어떤 배우라고 규정하기 힘든 그냥 '배우'라고 평했다.

또 송강호는 "전도연은 무서운 에너지를 가진 배우여서 촬영할 때도 내가 항상 코너에 몰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