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교통사고의 보험사기 여부를 놓고 형사ㆍ민사재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2000년부터 하체에 부분 마비증상이 나타나 보행에 불편을 느낀 김모씨는 2001년 3월부터 두달동안 9개 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휴일 교통사고 발생시 고액의 보상을 받는 보험이었다.

수개월이 지난 6월24일 일요일 새벽 4시께 김씨는 대구의 한 도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씨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타고 가다 1.8m 아래 개울로 빠지는 사고를 당했고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수개월 동안 입원한 뒤 9개 보험사를 상대로 62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김씨가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병을 앓고 있었고 상해부위와 정도에 대한 객관적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들은 김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 민사1부(유승정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김씨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만큼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김씨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휴일 교통사고 발생시 고액의 보상을 받는 다수의 보험계약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체결했고, 사고로 인한 보험금 총액도 50억여원으로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벗어났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다른 사람이 송금해 준 돈으로 보험료를 납입하고 사고 발생경위도 석연치 않은 점 등을 비춰볼 때 김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순수하게 생명과 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결과는 달랐다.

김씨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씨에 대해 "교통사고가 고의로 야기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작년 12월 선고했다.

사고현장의 지형 등을 감안할 때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사고 이후 김씨가 상당한 정도의 하반신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김씨가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질병을 이용해 하반신마비 상태를 야기하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김씨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미 대법원에 계류중이며 민사재판 역시 상고될 것으로 전망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