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사건으로 전환..경찰수사는 난관 계속

화성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의 피해여성중 1명인 박모(36)씨가 결국 암매장 돼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경찰의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연쇄실종사건의 나머지 피해여성 2명과 비슷한 시기 행방불명된 여대생 1명도 박씨와 유사한 범죄피해를 당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찰은 '피살사건'으로 사건의 성격을 재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색 및 발굴작업에 들어갔다.

또 실종당일 박씨의 동선(動線)을 따라 용의차량 및 혐의점이 있는 휴대전화 통화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박씨 시신의 부패 및 훼손 상태가 심해 범인 검거시 DNA를 대조할 수 있는 타액 등을 수거하지 못한 관계로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는 미확보, 수사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암매장 지점 주변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할 만한 이렇다할 유류품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암매장 지점 반경 3m의 흙을 수거해 머리카락 등 단서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15일 이상 지나면 오염이 돼 다른 사람의 타액 등을 채취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암매장 장소 인근이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이라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다른 단서를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역 주민들과 공장 직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사건발생이 4개월이나 지났고 새벽시간에 범행이 이뤄진데다 암매장 지점에서 민가까지는 100여m 떨어져 목격자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뒤늦은 시신발견에 따른 수사 난항으로 미흡했던 초기수사의 문제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실종된 박씨는 가족들이 친구찾기 서비스로 위치추적해 같은달 28일 경찰에 알렸지만 사건을 수사한 수원남부경찰서는 열흘이 지난 지난 1월 8일 통화내역 조회와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게다가 박씨의 예상 이동 도로에 설치된 교통정보수집장치(AVI) 관리기관인 건교부와 도로공사측이 경찰의 '범죄수사대비 1개월 기록 보관'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하루치 기록만 보관, AVI는 용의차량 조사에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5만여명을 동원한 수색작업과 3만여건의 통화내역 분석 등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피해여성들의 주변수사에서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인물이 없는 등 불특정 여성을 노린 범죄로 추정돼 경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피해여성의 목에 스타킹이 묶여 있는 관계로 일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재현이라고 확대해석 하지만 암매장 지점이 안산인 만큼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