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팔을 찔려 병원에 온 환자를 치료하면서 상처 안쪽에 깊이 박혀 있던 칼날을 발견하지 못한채 봉합수술을 한 야간 응급실 담당의사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 양환승 판사는 칼에 찔린 환자의 팔 속에 박혀 있던 칼날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둔 채 봉합수술을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불구속기소된 경기도 용인 A병원 의사 K모(3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의 발생을 예견.회피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치료조치들을 취했음에도 칼날이 외관상 보이는 상처부위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일반적으로 칼에 의한 열상은 피해자의 상처부위에 이물질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엑스레이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해당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야간에 긴급한 환자들에 대해 1차적 조치를 하는 응급실을 담당하고 있던 일반의사인 피고인에게 엑스레이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K씨는 2005년 11월 2일 자정께 A병원 응급실 당직의사로 근무하던 중 H모(52.여)씨가 강도의 칼에 찔려 왼쪽 팔에 상처를 입고 오자 문진을 통해 칼에 찔린 상처라는 것을 듣고 혈압, 맥박 등을 확인한 뒤 진찰을 통해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자 상처부위를 봉합하고 파상풍 예방주사, 항생제를 놓아주고 H씨를 귀가 시켰다.

그러나 H씨는 수술 후 20여일이 지나도록 상처부위가 아물지 않자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고, 이를 통해 상처부위 속 깊숙한 곳에 칼날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지난해 `의사의 과실로 상해를 입었다'며 K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