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스(Cheers)""원샷(One shot)"….

외국인들의 '술 실력'은 대단했다.

한국인 주당들도 마시기 힘든 폭탄주를 숨 한번 쉬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폭탄주 강의로 잘 알려진 심재혁 레드캡투어 사장이 만들어준 술을 자기 순서가 되자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비웠다.

"TV나 신문을 통해서만 봤는데 직접 마셔 보니 먹을만합니다.

맛도 시원하고 먹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에 부임한 뒤 폭탄주를 처음 먹어본다는 파라다사라티 인도 대사는 탄성을 터뜨렸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퓨전식당 락락소풍에서는 '한국의 폭탄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수강생들이 직접 시음해 보는 이색적인 모임이 있었다.

20여명의 참가자 중 절반이 외국인으로 폭탄주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이 주관하는 'Korea CQ Program' 회원들이다.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은 국내 1호 동시통역사로 활발한 민간 외교를 펼치고 있는 최정화 외국어대 교수가 사비를 들여 만든 기관.최 교수는 30여년간 통역 업무를 하면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국 알리미'를 자처하고 있다.

코리아 CQ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한국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CQ는 문화 지수(Culture Quotient),커뮤니케이션 지수(Communication Quotient),협력 지수(Cooperate Quotient)를 뜻하는 말로 내·외국인 간 교류를 통해 외국인을 '한국통'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3개월 코스로 정치 경제는 물론 전통 요리 시식,고적 답사 등 다양한 문화 체험 행사로 구성돼 있다.

40여명의 회원 중에는 외교관,기업 CEO,대학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다.

독일 뉴질랜드 인도 프랑스 대사 등 외교관을 비롯해 앨런 캐슬스 DHL코리아 사장,디디에 벨투아즈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총지배인,알렉산드르 체베리코프 로레알코리아 전무 등이 멤버로 참여 중이다.

지난달 초 시작된 3기 코스는 △한국의 허와 실(한승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불교에서 배우는 21세기 경영(유필화) △안동 하회마을 및 해인사 방문 △삼성 안내견 학교 방문 △정명훈 콘서트 △판문점 방문 등 다양한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석 달 동안 매주 한 차례씩 열리며 보통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식사를 하면서 진행된다.

24일 수업은 조안준 조이드컨설팅 대표의 '한국 약선 음식과 궁합'에 이어 심 사장의 '한국의 폭탄주' 강의가 이어졌다.

디자이너 및 한국 전통 음식 연구가로 유명한 조 대표는 음양 오행에 근거한 한국의 전통 요리를 소개해 회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음식은 그 나라에서 제철에 나는 것을 먹는 게 건강에 가장 좋으며 식재료 간 음식 궁합이 맞아야 보약이 된다"고 강조했다.

폭탄주 강의를 한 심 사장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당한 양의 폭탄주를 마시면 회식 분위기가 좋아지고 술도 무리하기 않게 된다"고 폭탄주 예찬론을 펼쳐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코리아 CQ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국적을 넘어 상호간에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벨투아즈 총지배인은 "매주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듣고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회원끼리 비즈니스 정보를 교환하는 마당이 돼 업무에도 실질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관현악)는 "학교에만 있다 보니 바깥 세상일에 어두워지기 쉬운데 정부나 업계에 있는 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니 수업이나 학사 행정에 좋은 정보가 된다"고 평가했다.

코리아 CQ 프로그램은 사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목적이기 때문에 회원 가입은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현재는 기존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입이 가능하나 앞으로 좀더 개방적으로 회원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최 교수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을 해외에 제대로 알려 국가 위상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개인 차원에서도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