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공소장 변경 요구가 없었다며 상고했으나 기각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4일 주금 가장 납입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는 법원 재량에 속하므로 원심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업자의 회사 물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04년 4월 자본금이 불과 5천만 원이었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자본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빌린 돈 9억5천만원을 신주 인수 대금으로 회사 계좌에 입금했다가 이튿날 모두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식 대금 가장 납입은 통상 상법의 가장 납입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죄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을 선고했지만, 서울고법은 검찰이 엉뚱한 죄를 적용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상법 위반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도록 요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인정되는 때가 아니면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주금 납입 및 인출 과정에서 회사 자본금에는 실제 아무런 변동이 없어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