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학 대가(大家)의 제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묘지로 쓸 명당자리를 소개해 줬다는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40대가 검찰에 기소됐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에서 `○○풍수지리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던 전모(49)씨는 2005년 9월 사무실을 찾아 온 A씨에게 자신을 풍수지리의 대가인 고(故) 장익호 선생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전씨는 장 선생의 대표적 저서인 `유산록'에 나온 대로 묏자리를 표시한 그림인 산도(山圖)를 사무실 벽에 가득 붙여놓고 "장 선생의 유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진짜 제자는 나다"고 A씨를 현혹했다.

그는 "정기가 모이는 묘지 혈(穴)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으니 명당자리를 잡아주는 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같은해 말까지 A씨로부터 7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전씨의 소개대로 충남 홍성의 임야 300평을 구입했지만 다른 풍수지리 학자로부터 이 땅이 명당자리가 아닌 데다 전씨가 장 선생의 제자가 아니라는 얘기를 듣자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권위있는 풍수지리가의 제자인 것처럼 고객을 믿게 하고 금전거래를 성사시킨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 전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검찰에서 "A씨에게 소개한 땅은 내가 직접 저술한 책에서도 명당으로 지목한 바 있으며 7천만원은 정당한 서비스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가 양성과정이 없는 풍수지리업계의 풍토를 이용해 피의자가 장 선생의 제자처럼 행동한 것이 A씨가 돈을 주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였으므로 해당 부지가 실제 명당인지 여부를 떠나 범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