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방위 행위 인정되지만 과잉"

성폭행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남자를 차에 매단 채 달아나다 남자를 숨지게 한 여성에 대해 법원이 '과잉방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과잉방위'는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라고 인정되는 수준을 넘은 것이지만 정황에 따라 그 책임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고의영 부장판사)는 5일 상해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A씨(여)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작년 6월 경기도 안산의 한 공원 정문 입구 앞에서 김모씨를 승용차에 매단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가다 김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김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방위의 정도를 초과해 불안한 상태에서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승용차에 매단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간 객관적 사실과 피고인이 경찰 조사 등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은 확정적 고의는 없었지만 피해자가 위험해 처하게 될 거란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완전히 무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신체적 폭행 등의 위험성이 있었다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나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등의 여건이 있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에 대한 대응방법이 정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에서는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당심에서는 피고인에 대해 방위 행위 자체는 인정하되 그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원심의 형을 감경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