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5대 궁궐의 하나인 덕수궁에 설치된 청동 물개 조각상을 `일제(日帝)의 잔재'라며 훼손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는 사적 124호인 덕수궁 내 분수대에 있는 물개 조형물 4개를 쇠망치로 수 차례 내리쳐 각 조형물의 정수리에 구멍을 낸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38)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우울증과 망상에 시달리며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범행의 수단과 양태, 범행 전후의 행동과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장애 5등급에 해당하는 장애인이고 범죄 경력이 없는 점,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감경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내 미술관 옆 분수대에서 쇠망치로 물개 조형물 4개의 정수리를 내리쳐 구멍을 낸 혐의로 검거됐다.

이씨는 당시 경찰에서 "문화광광부와 국무총리실에 `물개 조각상은 해방 전 일제가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설치한 것일 뿐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아니다'며 철거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직접 행동에 옮겼다"고 진술했다.

청동 물개 조각상은 1938년 덕수궁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정원을 조성하면서 분수대의 일부로 만든 것이지만 일제가 강점 말기 포탄 제조용으로 뜯어가기도 했으며 지금의 분수대는 1984년 복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