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화랑 운영자,일본인 피아니스트,요리연구가….

언뜻 보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계 인사들이 베트남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기형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인도차이나(印度支那)'돕기에 관심있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모임인 '인지(印支)클럽'이 오는 6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빌딩 안에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베트남 라오스 기형어린이 돕기 후원음악회'를 갖기로 한 것.음악회에는 세계적인 뉴에이지 음악 피아니스트인 유키 구라모토가 공연할 예정이다.

아주대 박명철,고려대 김우경,울산의대(아산병원) 고경석,순천향대 김용배 교수 등 성형외과 전문의의 공부모임으로 출발한 '인지클럽'은 1997년부터 매년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해 현지 어린이의 구순구개열(언청이) 등 선천성 기형에 대한 교정수술 자원봉사를 해왔다.

어린이 1인당 150달러의 수술비면 충분하기에 그동안 의사들은 각자 호주머니를 털어 200만∼300만원의 비용을 댔다.

지난해까지 의료혜택을 받은 현지 어린이만도 535명에 달한다.

더많은 어린이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 의사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3년 전부터는 현지 의료인력을 국내에 초청,수술과정 등에 대한 연수를 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현지 의사들의 초청 교육비와 1000만원 규모의 수술장비 지원 등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번에 후원행사가 마련됐다.

인지클럽 간사인 박명철 교수는 "자원봉사라는 순수한 뜻이 훼손될까봐 그동안 수술비용을 의사들이 자체 부담해왔지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현지의 부탁을 받고 국내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화가의 그림을 국내에 소개해오다 인지클럽과 인연을 맺은 성은경 심여화랑 대표는 행사의 기획에 나섰다.

제약회사 등 거대기업의 형식적인 후원보다는 보통사람의 '따뜻한 정성'을 모아보겠다는 욕심에서다.

인지클럽 회원 각자가 10여명씩을 초청하고 성 대표 등 클럽을 후원하는 이들도 각자 지인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정재옥 대표로부터 얘기를 들은 유키 구라모토는 "이런 좋은 취지의 연주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겠다"며 무료공연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한국음식 페스티벌'에 수석요리사를 맡았던 요리연구가 산당(山堂) 임지호씨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음악에 어울리는 한국요리 열 가지를 후원하기로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는 임대료 한푼 받지 않고 음악회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성 대표는 "연주할 때마다 일찌감치 표가 매진되는 인기 정상의 연주자와 한국음식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한국음식 외교관' 등이 자원봉사로 참여키로 해 복많은 후원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