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이상 고객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노스탤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음반시장에서는 추억 앨범이 판매량 1~2위를 다투고 있다. 30년 만에 디지털 복원으로 재개봉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는 관객 70만을 돌파했으며 위성DMB방송에선 20여년 전 인기만화가 인기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노스탤지어 상품이 가장 큰 위력을 떨치는 곳은 음반업계다.

'이등병의 편지''서른 즈음에' 등의 히트곡을 부른 가수 김광석의 경우 사망 10주기인 올해 누적 앨범 판매량이 500만장을 넘어섰다.

음반기획사 만월당이 올초 출시한 '김광석 베스트'와 '노래 이야기,인생 이야기'는 10년 전 노래를 다시 정리해 발매한 앨범인데도 불구하고 발매 2주만에 총 1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룹 부활 출신의 솔로 가수 이승철(42)도 노스탤지어 열풍의 주역.

이씨는 작년 10월 8집 앨범을 발표해 음반 판매량 10만장,벨소리·컬러링 등 음원판매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녀''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의 히트곡을 남긴 이문세(49) 역시 지난해 30~40대 주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주제곡을 불러 벨소리 컬러링 등으로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만월당 관계자는 "10대나 20대들은 음반을 사지 않고 음원을 불법 다운로드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30~40대들은 실제 CD를 산다"며 "SG워너비 등 신세대 가수들도 '추억의 노래'들로 구성된 리메이크앨범을 잇달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복고 열풍이 거세다. 디지털 복원판 '로보트 태권브이'는 곧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976년 개봉 당시 기록을 뛰어넘는 '재탕만화'의 성공은 '향수'에 젖은 기성세대가 아이들과 극장을 찾았기 때문.

위성DMB업체인 TU미디어는 최근 80년대 인기만화였던 '모래요정 바람돌이'를 자체채널로 방영하기 시작했고,4월부터는 '들장미 소녀 캔디'를 방영할 예정이다.

헌책방들에선 1970~80년대 발간된 만화책과 어린이·학생잡지들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한때 찾는 이가 없어 대량 폐기됐던 '어깨동무''보물섬''새소년'같은 책들이 권당 수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계림문고 사루비아문고 등 추억의 문고본 등도 뒤늦게 인기다.

전자제품 중에도 '노스탤지어 제품'이 적지 않다. 삼성테크윈이 최근 선보인 디지털카메라 'NV시리즈'는 고전 카메라의 대명사인 '라이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삼성테크윈은 캐논 올림푸스 등 외국산 강호들을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명품 라디오로 불리는 티볼리의 경우,스피커 하나 달린 단순한 모노 라디오지만 클래식한 외관을 바탕으로 백화점 등에서 20만원대 이상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트랜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뉴 올드세대인 30~40대가 주력 소비파워로 떴다"며 "이들의 노스탤지어가 반영된 아날로그적 감성이 새 소비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송형석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