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이 트랜스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도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기준을 마련하는 등 이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트랜스지방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 기름이다.
심혈관계 질환과 고지혈증 등을 부추기는 장본인이다. 대표 선수는 마가린과 쇼트닝유다. 이 기름은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과 같은 식물성 유지에 수소를 첨가,경화시켜 만든다. 마가린 같은 트랜스지방은 체내로 들어가면 산화돼 혈관벽에 들러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을 딱딱하게 굳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트랜스지방은 출신 성분이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이지만 가공 과정에서 물리적 성질이 변화해
몸 속에 들어가면 '동물성 포화지방산'보다 더 해를 끼치는 마수로 돌변하고 만다.

마가린ㆍ쇼트닝유가 대표적…심혈관계 질환ㆍ고지혈증 유발, 포화지방의 2~10배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마가린 같은 트랜스지방은 체내로 들어가면 산화돼 혈관벽에 들러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을 딱딱하게 굳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터보다 마가린이 심장 건강에 더 해롭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오히려 버터가 잃었던 입지를 되찾고 있다. 이처럼 트랜스지방은 출신 성분이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이지만 가공 과정에서 물리적 성질이 변화해 몸 속에 들어가면 '동물성 포화지방산'보다 더 해를 끼치는 마수로 돌변하고 만다.

트랜스지방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이 포화지방보다 2~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화지방은 혈관에 쌓여 몸에 해로운 저밀도 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높이는데 그치지만 트랜스지방은 LDL-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혈관을 청소해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랜스지방은 한 번 몸 안에 축적되면 배출이 어렵고 혈관과 세포를 더 노화시킨다.





1998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월터 윌렛 보건학 박사는 14년간 미국 여성 간호사 8만5000명을 대상으로 식사습관과 심장병 발병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트랜스지방이 심장병,뇌졸중,동맥경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트랜스지방이 '위험하다' '대수롭지 않다'로 분분하던 이전의 논란을 종식시킨 연구 결과였다.

윌렛 박사는 이 논문에서 "미국인의 하루 섭취 열량 중 트랜스지방은 2%,포화지방은 5%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면 심장병을 각각 53%와 42% 줄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트랜스지방은 최근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암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복부비만 등 중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트랜스지방 섭취를 2% 늘리면 당뇨병 발생률이 39% 증가하며,트랜스지방이 간암·유방암·위암·대장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속속 내놨다. 트랜스지방은 특정 부위에 작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인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짜' 불포화지방산으로 행세하면서 신체 전반에 걸쳐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동주 고려대 구로병원장(순환기내과)은 "정상적인 세포막은 '선택적 투과'를 통해 영양분은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병원체는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한다"며 "트랜스지방은 세포막에 전기적인 변화를 초래해 이런 기능을 교란한다"고 말했다.

트랜스지방이 뇌세포로 가면 더 문제다. 뇌를 구성하는 성분의 60%가 지방인데 뇌세포에 트랜스지방이 끼어들면 두뇌활동 저하,어린이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증후군,성인의 만성피로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 질환을 염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확증된 것은 트랜스지방이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뿐이다.

나머지 질환은 역학통계로 볼 때 상관관계가 있다거나 개연성이 짙다는 가설일 뿐이다. 기름진 가공식품을 섭취를 줄이고 채식의 비중을 늘리며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 트랜스지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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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지방은

트랜스지방은 천연기름 속의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하거나 탈취·정제하는 과정에서 불포화 지방산의 분자구조가 뒤틀릴때 생성된다. 대표적 트랜스지방인 마가린은 콩기름 면실유 등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소량 첨가해 반(半)고체화한 다음 급속 냉각시켜 만든다. 쇼트닝유는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더 많이 첨가해 마가린보다 더 고체에 가깝게 만든 기름이다. 마가린은 제빵,쇼트닝유는 제과와 튀김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현재 공정기술로는 가공유의 트랜스지방 비중을 전체 지방의 5%까지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이 많을수록 바삭거리고 구수한 맛을 내기 때문에 보통 15∼17%짜리를 사용한다.

<도움말=이상범 CJ식품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