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이어진 서울의 지가와 임대료 상승이 대학가 문화지형을 바꾸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등을 발판으로 생겨났던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대학로 젊음의 거리가 일반 유흥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방. 1997~1999년 당시 당산철교가 보수관계로 끊겨 홍대 앞 임대료가 크게 낮아지자'가난한' 미대생 문화와 인디밴드 등이 어우러져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록밴드나 힙합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위주로 운영되던 '정통클럽'이 속속 퇴출되고 있다. 미대생들의 작업실도 운영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있다.

대신 그 자리를 '댄스클럽'이 속속 메우고 있다. 댄스클럽은 '입장료'만 내면 즐길 수 있는 정통클럽에 비해 술값 등 유흥비가 훨씬 비싼 편이다.

홍대앞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3~4년 전 평당 700만~800만원(전세기준)하던 '걷고싶은 거리' 인근 상가 임대료가 현재 10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클럽 관계자들은 "클럽 사장이 아무리 음악과 예술을 중시한다고 해도 임대료가 오르다 보니 현실적으로 수익창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클럽들은 대관사업을 병행하거나 브랜드 론칭 이벤트♥영상회 사업 등을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며 "하지만 인디 문화의 산실이라 여겨졌던 홍대 앞이 '부비부비(춤을 추며 과도한 신체접촉을 한다는 뜻의 속어)'로 대표되는 퇴폐적 이미지로 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화가와 화가 지망생들도 2000년대 초까지 홍대 앞에서 싼 월세로 화실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건물주들이 수익추구를 위해 주택을 상가로 바꾸고 원룸이 증가하면서 작업실로 쓰이던 차고나 지하실 등의 공간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화가들은 경기도 등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홍대 앞 클럽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직장인 김명식씨는 "1990년대 인디락 그룹들이 차지하던 공간이 어느덧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소주방,옷가게 등으로 변해 착잡하다"며 "전문 레코드가게나 인디그룹 등이 주변 주택가 지하 등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의 대학로도 3년 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임대료가 20~30% 오르면서 술집과 섹시바가 크게 늘어나 문화예술의 메카에서 일반 유흥가로 변하고 있다. 대학로 특유의 공연문화와 문화시설들도 빠르게 유흥업소들로 대체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극장 등은 대학로에서 혜화 로터리나 다른 동네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상권분석 전문가인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팀장은 "전반적인 서울 지가상승에 따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흥,패션 업종 위주로 서울 주요 상권들이 획일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이태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