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31일 박정희 정권시절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진실화해위는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된 589개의 사건 판결문 1412개를 분석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이날 오후 3시께 국회와 청와대에 제출했다.

진실화해위가 공개한 명단에는 현직 대법관 4명과 헌법재판관 2명,고위법관 6명 등이 포함됐다. 진실화해위는 보고서 별첨자료에 사건번호와 담당판사의 이름,판결내용을 표로 요약정리했다. 당시 재판에 관여한 판사는 총 492명으로 이 가운데 101명이 지방법원장급 이상의 직위까지 올라갔다. 진실화해위는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과거사위의 명단공개 강행에 대해 판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입법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또 다른 판사는 "과거사를 짚고 넘어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 판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게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