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명(改名) 신청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대법원 개명 신청 통계가 확인된 2000년 이후 한 해 10만건 이상의 개명 신청이 접수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작명소와 법무사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등 '개명업'이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명 신청 건수는 총 10만42건이다.

이 중 9만658명이 개명 허가를 받았다.

"제 이름 좀 바꿔주세요" ‥ 작년 10만명 改名 신청


2004년 5만여건,2005년 7만여건과 비교하면 개명 신청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2005년 11월 대법원이 이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범죄 은폐나 법적 제재 회피 등의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법원은 본인이 원하더라도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개명을 불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판례가 나온 직후인 2005년 12월 1만1161명이 개명 신청을 냈고 이듬해 3월에는 한 달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만590건의 개명 신청서가 접수됐다.

4월부터 숫자가 줄긴 했지만 작년 한해에만 한 달 평균 8000명 정도가 개명 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름을 바꾸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관련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개명 신청 대행 서비스만 특화해서 다루는 법무사 사무실이 1년 사이에 두배 정도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개명 신청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김안식 법무사(42)는 "한달 평균 손님이 20~30명이었는데 대법원 결정 이후 150~200명으로 급증했다"면서 "개명 신청은 본인이 직접 법원에 할수도 있지만 개명사유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 등 일반인들이 법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많은 이들이 법무사를 통해 접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법무사는 "촌스런 이름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성명학(姓名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법무사 사무실의 개명 신청 절차대행료는 평균 30만원이고 본인이 직접 법원에 신청할 경우 송달료,인지세,우편료 등으로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작명소 역시 새 이름을 가지려는 사람들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라뫼작명원의 김병성 대표(40)는 "2005년까지는 새로 태어난 아기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작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고치기 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개명을 원하는 손님이 예전보다 15~20%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영업직 사원들처럼 많은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이름대신 특이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갖기 위해 찾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법무사는 "본인이 원하는 이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이 개명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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