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은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싸워도 상대를 적당히 위협하는 데 그칠 뿐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이나 몇몇 동물을 빼고는 같은 종끼리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개미는 진딧물에서 나오는 단물을 감질나게 빨아먹고 살지만 진딧물을 통째로 삼키지는 않는다.

진딧물을 살려 놓고 계속 거기서 단물을 빨아먹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물행동 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처럼 흥미로운 동물들의 생태와 행동 양식을 들려주는 책 '인간과 동물'(궁리)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등 쉽고 흥미로운 해설서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인물.이번 책은 2000년 EBS에서 동물행동학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동물들의 의사소통,사회생활,성생활 등을 인간과 비교하며 흥미롭게 설명한다.

원앙은 부부 간 금실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앙 수컷은 암컷이랑 다니다 다른 암컷을 보면 아무 때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겁탈하고 바람을 피운다.

원앙뿐만 아니라 오리 종류의 새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또 침팬지 사회에서는 수컷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 같지만 많은 경우 암컷이 사회의 중심 세력이라고 한다.

수컷은 한창 힘이 좋을 때 잠시 권좌에 있을 뿐이지만 암컷은 으뜸 수컷과 어울리면서 오랫동안 권력을 누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유전자의 관점에서 동물들의 생태와 행동을 바라본다.

진정한 생명의 주체는 당장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태초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은 유전자,곧 DNA일 수 있다는 것.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가깝고 먼 차이가 있을 뿐 한 곳에서 나온 형제들이므로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사랑해야 하나뿐인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380쪽,1만6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