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금 차등지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사태가 16일 전임 노조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노사간 대화가 일단 시작돼 노사 갈등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날 오전 노사 양측의 임원들이 만나 이번 성과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협상과 필요할 경우 노사대표협상을 병행하기로 하고 오후부터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이 회사 노조 제10대 집행부 위원장 이헌구씨가 지난 2003년 임금협상 당시 회사로부터 '파업 자제'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노조는 물론 회사까지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돼 협상이 급진전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노사대화 시작

현대차 윤여철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양측은 울산공장에서 만나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사 실무자회의와 대표자회의를 병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오후부터 실무회의를 벌이고 있다.

'보충교섭'을 고집하던 노조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났고 회사는 노조의 교섭위원 이 전원이 협상장에 나왔으나 임원들과의 간담회를 유도해 이같은 대화 방식에 합의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내일까지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중앙쟁대위에서 향후 파업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17일 예정된 주.야 각 6시간의 파업은 강행하더라도 18일 이후 파업수위를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 前 이헌구 노조위원장 구속영장

울산지검 특수부는 이날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회사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헌구(46)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현대차 제10대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3년 7월 하순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 암자에서 회사 측 고위관계자를 만나 "파업을 철회하고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을 잘 이끌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2005년 간부 취업비리, 지난해 간부 기념품 납품비리에 이어 노조사상 최초로 임단협과 관련된 위원장 비리가 드러남으로써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돼 집행부의 입지가 크게 좁아 질 전망이다.

특히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이 10대 집행부 당시 사무국장을 맡았던 만큼 도덕성을 중시하는 노동조직의 특성상 박 위원장 개인이나 현 집행부가 이헌구씨의 비리 혐의와 결코 무관할 수 만은 없어 노조 안팎의 비난 여론이 드셀 것으로 예상된다.

◇ 법원, 박유기 위원장 구인영장 발부

울산공장 시무식장 폭력과 잔업거부 등의 혐의(폭력,업무방해)로 회사 측 고소에 따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유기 노조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울산지법 제3형사단독 김진영 판사는 이날 박 위원장과 안현호 수석부위원장 등 2명에 대해 18일로 예정된 영장 실질심사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로 데려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이날 오전 체포영장이 신청된 김모 부위원장 등 노조 임원 4명에게도 "범죄 혐의에 대해 소명해야 하는데도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곧바로 영장을 발부하는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하고 있다.

◇ 경제단체 등 '파업 중단' 촉구

각계의 '불법파업 중단' 촉구가 이날도 이어졌다.

울산상공회의소, 울산경제인협회 등 울산지역 50개 경제단체는 울산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노조는 소모적 파업을 지양하고 본연의 생산활동에 조속히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활빈단 대표 홍정식씨 등 단원들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노조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고 울산지역 장애인들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울산지역 121개 시민.사회.경제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조는 무분별한 파업을 일삼지 말고 시무식 폭력사태와 불법파업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이날 '성실교섭의 날'이라는 명목으로 파업은 자제했으나 잔업을 거부해 지난 해 12월 28일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자동차 1만8천975대, 2천813억원의 생산손실을 입혔으며,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정몽구 회장 비자금 공판에 일부 간부들로 구성된 항의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