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가담 의혹 커지자 재판 직전 자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계획된 살인 미수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던 30대 남자가 항소심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모(40.여.가명)씨는 작년 4월 이사를 한 뒤 집주인 남자와 가까워지면서 동거했고 나중에는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김씨는 딴 생각을 품고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웠다.

남편 명의로 4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남편을 죽이고 보험금을 타내려고 했던 것.

김씨는 알고 지내던 A(31)씨의 선배 B(32)씨에게 "남편을 유인할 테니 실족사한 것처럼 살해해주면 보험금 1억원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A씨는 김씨의 제안을 거들면서 마땅한 범행 장소와 수법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작년 11월 이들은 남편을 충남 당진군의 한 마을로 유인해 술에 취하게 한 뒤 방파제 위에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하다가 바다에 밀어 빠트리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날씨가 춥고 어둡다"며 여관으로 들어가 버려 무위에 그쳤다.

일단 마을을 떠난 부인은 새 계획을 세워서 돌아왔다.

남편이 낚시를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낚시를 하도록 유인한 뒤 바다에 빠트리는 방법을 택했고 며칠 뒤 실행에 옮겼다.

물에 빠진 남편은 유유히 헤엄쳐 나와 `살의에 가득찬' 부인을 허탈하게 했다.

세 번째 범행 장소는 산으로 바꿨다.

정상에서 밀어뜨리는 방법이었다.

`낚시 살인' 시도가 물거품이 된 다음날 충남의 한 산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B씨가 남편의 등을 힘껏 밀었다.

남편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

B씨는 남편을 다시 떨어뜨리려 했으나 비명을 듣고 올라온 등산객들에 들켜 범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3명은 모두 살인미수 혐의로 올 1월 구속기소됐으나 1심 법원은 부인 김씨와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B씨가 공판에서 A씨도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했다가 도중에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공판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A씨도 공범이라는 증거 몇 가지를 추가로 내놓은 탓이다.

항소심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남편은 "A씨가 등산을 강요했고, 산에서 죽을 위기를 넘긴 뒤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방파제에서 남편을 죽이려다 실패한 날 밤 부인과 A씨, B씨가 10여 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B씨가 A씨의 공모를 다시 시인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돼 상황이 급반전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공판에서 부인 김씨와 B씨의 항소는 기각하고 A씨에 대해선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해 17일 다시 공판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공판 당일인 17일 A씨는 법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대신 재판 하루 전날인 16일 저녁 서울 잠수교 중간 지점에서 A씨의 유서와 휴대전화 단말기가 있었고 나흘 뒤 한강에서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법원은 A씨에 대해 `공소 기각' 처분을 내림으로써 A씨는 영원히 `법의 단죄'를 피할 수 있었다.

다만 판결을 피한 사건의 진실은 한강 아래로 영원히 묻히고 말았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