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경영학석사)학위가 '경력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직장인과 사회 초년병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BA를 그저 '남의 얘기'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초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추가로 인가를 받은 6개 대학이 지난 9월 MBA과정을 본격 출범시킨데다 기존에 MBA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경영전문대학원들의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토종 MBA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특히 국내 경영대학원들은 해외 유명 비즈니스 스쿨과 교류를 강화하고 외국인 강사진과 학생들을 대거 유치하는 등 글로벌화에 나섬으로써 해외 MBA와도 경쟁할 정도의 알찬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모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외국에서 MBA를 이수한 사람들은 국내 기업 환경에 대해선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 사례에는 능통하지만 국내의 각종 법규와 규제,한국 기업의 정서와 사례 등 국내의 독특한 상황까지 아는 것은 국내 MBA의 장점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 MBA출신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들지만 결국 학위의 '간판'이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무작정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대신 실리적이고 교육 내용이 우수한 국내 MBA과정을 한 번쯤 살펴볼 시기다.



○'국내MBA 이래서 좋아요'


올 2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친 박보혜씨(29).전자업종 대기업인 S사에서 2년간 휴대폰 단말기를 개발하다가 국내 MBA를 선택했다.

박씨는 졸업 후 또 다른 대기업의 IT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은 4000만원 선부터 시작된다.

이전 직장에 비해 큰 연봉 상승을 바랐다기 보다 길게 내다보고 경력전환에 성공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국내 MBA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불황이 장기화되자 자신의 경제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몸값'도 함께 높이려는 지원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MBA에 비해 투자비용 대비 효용성이 높다는 점도 국내 MBA를 선택하는 이유다.

해외에서 학위를 따려면 학비와 생활비 등이 평균 1억5000만~2억원가량 든다.


풀타임 과정의 경우 직장을 다니지 못해 생기는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3억~4억원에 이른다.

또 입학시험 준비부터 졸업까지 마치는 데도 3~4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국내 MBA과정은 비용이 3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해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기간도 1년6개월~2년이면 충분하다.

튼튼한 국내의 인적 네트워크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서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최근 신입생을 받은 7개 경영전문대학원 모집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경쟁률은 2.4 대 1에 달했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모 대학의 파트타임(야간) 과정은 경쟁률이 8 대 1을 넘어섰다.

입학자 중 92%가 직업경력자여서 MBA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실무·사례 중심 교육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7개 대학원 전체 입학생(707) 중 47.1%가 기업체에서 파견된 반면 절반 이상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목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런 지원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하고 실속있는 국내 MBA교육과정

국내 경영전문대학원의 MBA과정은 이수기간이 서로 다른 것은 물론 전일제(풀타임) 야간(파트타임) 주말반 등 이용 시간대도 다양하다.

보통 미국의 경우 전일제 2년 과정이, 유럽은 1년 과정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 차별화된다.

이화여대와 서강대는 주간 이외에도 야간 과정을 운영한다.

2년 정도의 기간에 45학점을 이수하면 된다.

서강대는 '주말(E-MBA)' 및 '경영학박사(Ph.D)'과정을 내놓았다.

KAIST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이용한 'ExecutiveMBA'이외에 금융과 정보미디어 분야로 MBA전공을 세분화해 벌써부터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의 '금융공학MBA',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산관리경영(MAM)'과 '투자경영(MFDI)', 동국대의 '문화경영전문가', 국민대 '금융보험전문가' 등은 일반적인 경영관리자 이외에도 특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주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한 MBA과정으로 시간이 없거나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양질의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국내 MBA 강사진도 막강하다.

서울대의 송재용·안태식·정운오·프레드 프레인버스, KAIST 박성주·안병훈·배순훈·이규성, 서울과학종합대학의 윤은기·강정호·한근태, 서강대 국찬표·강호상씨 등은 해외 유명 비즈니스 스쿨에서 학위를 받고 교편을 잡았던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들이다.

이화여대는 서윤석·김효근 교수 이외에도 아예 김승유 하나그룹 회장, 남중수 KT사장, 구학서 신세계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의장 등 현직 CEO들을 겸임교수로 확보해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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