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인 박모씨(남·62)는 20년 전 B형 간염보균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별 증상이 없어 치료를 하지 않고 술과 담배를 즐겼다.

2004년께 몸이 피곤하고 안색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결과 간경변으로 진단 받았다.

하지만 병원의 생활습관 개선 등 지시를 무시하고 지내다가 지난해 7월 종합병원 초음파검사에서 간암소견을 받았다.

박씨는 여러 차례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다가 10월 초 간암세포가 커지면서 파열돼 복강 내 출혈이 생긴 복막염으로 현재 입원 중이다.

박씨의 경우 간경변이 발견됐을 때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했더라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담당 의사는 말했다.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이다.

직장인들의 간은 간염,폭음,흡연 등으로 멍들고 있다.

간은 인체 내 화학공장이다.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해로운 물질을 해독한다.

3000억개 이상의 간세포로 이뤄졌다.

우리 몸 속에서 가장 큰 장기이며 무게가 약 1.5kg으로 럭비공만 하다.

간에 이상이 있어 생기는 대표적인 간질환에는 지방간,간경변,간암 등이 있다.

그러나 간은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건강한 인생] 肝을 방치하다니…"간이 부었군"
○술로 멍드는 중년의 간
= 통계청의 2005년 사망원인 자료에 따르면 간질환은 단일 질환 기준으로 40~50대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더구나 간암으로 인한 40~50대의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은 다른 암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40~50대 남성은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여성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술자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은 그야말로 간질환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것.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1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술 소비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간 경화 환자의 대부분이 하루 소주 1~3병 이상을 10년 넘게 마신 음주경력을 갖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만성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약 75%는 지방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간에서 지방의 합성을 촉진하고 간세포를 상하게 해서 생긴다.

지방간은 발생 즉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므로 술을 끊고 약물과 운동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간질환은 40대 남성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지만 다른 암이나 뇌혈관질환,심장질환,당뇨병 등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부족하다"며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건강한 인생] 肝을 방치하다니…"간이 부었군"
○간염을 잡아라
= 간질환은 간염바이러스,과음,약물 등 독성물질,간에 기름이 축적되는 지방간 등이 원인이다.

특히 간염은 급성간염에서 만성간염,간경변,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만성 간염은 진행되면 복수(배에 물이 차는 것),부종,신부전,식도 정맥류,울혈성 위장 질환,간성혼수(혈액 속 암모니아 증가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 등의 간경변과 그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간암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인 만성 B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사망원인 10위를 차지하며 바이러스 보유자만도 3억5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의 5~8%가 B형간염 보균자로 추산된다.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수직 감염되며,성인에서 감염 시 거의 자연회복되고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생아 때 수직감염이 되면 90% 이상 만성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간경변증,간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B형 간염이 약 68%,C형 간염이 약 15%,알코올성 간염이 약 17%에 달한다.

서양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에 의한 간경변증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간질환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다는 데 있다.

자가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건강한 인생] 肝을 방치하다니…"간이 부었군"
○청결과 적극적인 예방접종해야
=간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으므로 간염을 조심하고 적절한 음주 등 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B형 간염의 대표적 증상은 쇠약감과 피로감이며 무력증,식욕부진,의욕상실,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화불량,상복부 불편감이 나타날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각증상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만성간염은 간의 염증과 파괴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다.

피로가 흔한 증상이고 황달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B형 간염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C형과 알코올성 간염이다.

적절한 영양공급과 안정이 필요하며 간기능 검사,초음파 및 혈청검사 등이 필요하다.

B형 간염치료제는 주사제인 인터페론과 경구용인 라비부딘(제품명 제픽스),아데포비어(제품명 헵세라)가 있다.

C형치료에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이 함께 사용된다.

불필요하게 몸에 상처를 내거나 소독되지 않은 주사침을 맞지 않도록 하고 빈도는 낮지만 성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으므로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독성이 있는 약제를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간 독성이 있는 약물에는 타이레놀,아스피린 등 해열진통제,테트라사싸이클린 에리스로마이신 등 항생제,아이나 리팜핀 등 항결핵제,니조랄 등 항진균제,피임약 등 호르몬제,할로탄 등 마취제,다량의 비타민A 등 모든 약물이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도움말=한광협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백승운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종은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송호진 세란병원내과 과장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 간질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1.부모 형제 중에 간질환자가 있거나 간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있다.

2. 1990년 이전에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

3.쉬었는데도 몸이 많이 피곤한다.

4.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소화가 안 된다.

5.입에서 역한 냄새가 계속 난다.

6.담배맛과 입맛이 떨어진다.

7.피부가 거칠어지고 나이에 맞지 않게 여드름이 난다.

8.생리가 불규칙하고 양이 준다.

9.오른쪽 어깨가 불편해 돌아누워 잔다.

10.쉽게 감기에 걸리고 배탈이 자주 난다.

11.갑자기 피로가 와서 신문을 읽기도 힘들다.

12.이유없이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난다.

자료:대한간학회

*세 가지 이상 해당되면 전문의를 찾아 간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생활 속 간염예방 10계명 ]

1.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삼간다.

2.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질환의 원인이 된다.

3.음식물의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평소 절제된 식습관이 중요하다.

4.골고루 균형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5.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갖는다.

6.섬유가 많은 야채 과일 곡물을 많이 먹는다.

7.너무 달고 지방성분이 많은 후식이나 간식은 피한다.

8.무리한 체중조절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9.일주일에 1kg이상 급격한 체중감소는 좋지 않다.

10.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간 유지에 좋다.


[ B형 또는 C형간염 고위험군 ]

1.가족,부부간 또는 성관계 상대방이 B형 간염 있을때

2.부모님,특히 어머니가 간염이 있는 경우

3.C형간염 검사가 나오기 전인 1990년 이전 수혈받은 경우

4.마약주사 약물 사용자

5.성관계 상대방이 많은 경우

6.보건 의료 업종 종사자,소방관,경찰관

7.양로원이나 장애자,어린이 보호시설 근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