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명 일자리 경쟁 "자격증도 있는데 재취업 힘들더라"

"저렇게 줄 선 사람이 많은데 과연 내가 취업이 될까"

17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린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에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이 대거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은미 서울시 구인처 개발팀장은 "개장 전부터 박람회장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분들이 많아 행사를 30분 앞당겨 오전 9시30분께 시작했다"며 "오늘만 2만여명의 노인들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412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채용예상 인원은 3천900여명이다.

행사장 안에는 취업하려는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취업 안내 창구 앞에서는 길게 늘어선 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건설회사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근무하다 지난 2월 정년퇴임했다는 김동명(61)씨는 "젊은 사람도 취업 못 해서 난리인데 순발력 떨어지는 노인을 채용하겠나"며 "친구들도 다들 취업이 안 된다고 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보일러 취급 기능사 자격증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재취업이 힘들더라"면서 "꼭 취업돼야 하는데…"라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력서 뭉치를 만지작거렸다.

취업공고가 붙은 게시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정사규(66)씨는 "건설현장에서 인부로 일하다 지난해 손을 다치는 바람에 1년 정도 쉬었다.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잘 모르겠다"면서 "쉰 만큼 다시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지만 나이가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서류 등이 준비되지 않아 원서 접수 창구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종종 목격됐다.

원서 접수를 도와주던 유창근씨는 "서울시에서 모집하는 주차단속요원의 경우 응시원서 외에 증명사진 2장과 주민등록등본, 운전면허증 사본, 중학교 이상 학력의 졸업증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서류들을 미처 준비하지 못 해 지원하지 못한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기사를 모집하던 서순옥씨도 "다른 창구에는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우리 회사는 나이 제한도 없는데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1종 운전면허 외 택시운전 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