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사업주가 지정한 숙소에서 통근 버스가 없어 자가용으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작업장에 출근하기 위해 승합차를 몰고 가다 사고로 숨진 박모씨 유족이 산재 보상금 지급을 거절당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숙소를 지정해 사실상 숙소 이용이 강제적이었고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망인이 부득이 회사에서 유류비를 제공하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했다"면서 "근로자가 사업주가 제공하지 않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할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지만 망인의 경우는 공사현장 안에 있는 숙소에서 출근하는 경우와 거의 유사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체 직원이던 박씨는 지난해 10월 초 회사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10km 떨어진 파주 LCD단지 공사현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당시 직원들은 통근버스를 마련해 주겠다던 회사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자가용으로 출.퇴근했다.

박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근로복지공단에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단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고 차량의 이용권한도 박씨에게 있었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