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청소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먹다 남은 약봉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약은 국민 대다수가 한두 가지를 먹을 만큼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약에도 궁합이 있으며 정확한 복용이 필요하다.

10일 약의 날을 맞아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약 전문가들은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약도 황금시간대가 있다

대부분의 약은 빈속보다는 보통 식후에 먹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약물로 인한 위장장해를 방지하고 약물복용 시간을 식사시간과 맞춰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약은 특별한 용법이 필요하다.

고지혈증 약물은 체내에 지질 합성이 주로 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질 강하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저녁 식후에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일부 스테로이드제제는 아침에 복용을 권한다.

생체리듬에 따라 약물의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전립선비대증과 협심증에 사용하는 약물 가운데 기립성(일어나서 섬)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나 진정제,항히스타민제 등 졸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은 취침 전에 먹는 것이 좋다.

◆혈압약 자몽주스와 상극

약에도 궁합이 있어 일부 음식과 만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고 심하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고혈압약(성분명 펠로디핀)은 자몽주스와 같이 먹으면 약 분해가 저해돼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둘코락스나 아스피린 등 장에 들어가 녹게 되는 약제인 장용정(腸溶錠)은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우유의 알칼리성이 위의 산도를 높여 장용 피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약효가 떨어지거나 위염 등 위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항생제 중에서 테트라사이클린계(테라마인신정 미노마이신 캅셀 등) 약물은 우유나 제산제 중의 칼슘,마그네슘과 결합돼 흡수되지 않는 불용성 침전물을 형성하므로 동시 복용은 피해야 하며 적어도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한다.

비타민제나 빈혈약을 복용시에는 녹차나 홍차의 탄닌 성분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담배 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된다

술은 섭취량과 기간에 따라 약을 대사시키는 체내 효소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안면이 붉어지거나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나 감기약,신경안정제는 술에 의해 중추신경에 대한 억제효과가 상승해 기계조작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약 남용 땐 간 손상 줄 수도

약물 중에는 과용량을 사용하면 간에 직접적으로 독성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간 독성이 있는 약물로는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등 해열진통제,테트라사싸이클린이나 에리스로마이신 등 항생제,아이나와 리팜핀 등 항결핵제,니조랄 등 항진균제,피임약 등 호르몬제,할로탄 등 마취제,과량의 비타민A 등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함부로 남용하면 안 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손기호 약제부장ㆍ정경래 대전선병원 약제과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