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강화되자 불법 상품권ㆍ게임 도리어 '기승'

성인오락실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딱지상품권'의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고 신종 온라인 릴게임이 암암리에 거래되는 등 사행성게임 산업이 `음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게임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불법 딱지상품권과 구권 상품권을 광고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인증 상품권 폐지 예정…딱지 상품권 사용시 처벌근거 없음(법원). 게임장 사장님께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시고 전화 주세요"라는 내용의 광고글이 올라와 있었고, 게임 관련 사이트에는 "사장님의 상품권은 안전하십니까? 저희와 거래하십시오"라는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이런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는 것은 오락실 업주들이 지금까지 공식 통용돼 온 지정 경품용 상품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부터 경품용 상품권을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정부 발표에 이어 경품용 상품권 지정 발행업체 19곳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게되자 업주들 사이에 "이럴 바에야 차라리 값싼 미지정 상품권을 쓰는 게 낫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상품권 유통업자는 "시장이 이렇게 된 이상 4천700∼5천원이나 주고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지정 상품권을 쓰느니 우리 것을 쓰는 게 훨씬 낫다.

1장당 30∼35원에 보관증을 써주고 배송까지 해주겠다"며 오락실 업주들을 유혹하고 나섰다.

작년 경품용 인증이 취소된 뒤 지정을 받지 못한 구권 상품권을 유통하는 이 업자는 "나흘 전부터 지정 상품권 매입이 되지 않고 있고 `바다이야기' 같은 큰 업소들도 문을 닫고 있으니 오락실 업주들은 빨리 기존 상품권을 환전하고 우리 상품권을 들여놓는 게 낫다.

최근 들어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에서 게임기 중간매매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지정 상품권이 문제가 되니까 요즘은 딱지 상품권이 많이 돌고 있다.

메달도 나오지만 많은 업소들이 딱지 상품권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업소에서만 도니까 당장 문제는 안되겠지만 오락실이 망하기라도 한다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맹점 사용이 불가능하고 오직 오락실 환전용으로만 쓰이는 딱지 상품권이 이런 추세로 오락실을 장악한다면 정상적인 소비활동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지하 경제만 살찌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최근 PC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릴게임 등 다양한 방식의 신종 불법 게임이 등장한 점도 `사행성 오락산업의 지하화'를 부추기고 있다.

온라인 릴게임은 인터넷 연결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이버머니를 충전해 불법 도박을 하고 있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오프라인 성인오락실은 경찰 단속과 게임기 압수 등으로 잇따라 문을 닫고 있으나 평범한 PC로 온라인 릴게임 도박판을 차리고 단속의 손길을 피하는 도박 PC방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게임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바다이야기를 능가하는 온라인 릴게임 등장', `대한민국 대표 릴게임, 최고 X300배당의 고배당!', `온라인 릴게임 전국지역 총판모집' 등의 광고물이 올라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