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을 못쓰게 하면 우리는 불법인 '딱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정부가 불법을 조장한 뒤 단속하려는 속셈입니다"

24일 오후 7시께 대전 유성의 한 식당에서 대전지역의 '바다이야기' 게임장 업주 13명이 긴급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다.

이날 회동은 연일 매스컴을 통해 정부와 검찰.경찰의 사행성 오락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계획 등이 흘러 나오는데 위축된 업주들이 생존의 기로 앞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급작스레 마련됐다.

이 자리서는 게임기를 압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한 업주는 "정부가 하지 말라는 사업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거액을 들여 차린 오락실을 왜 영업을 못하게 하는 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우리를 철퇴를 가해야 할 암적인 존재로 보는데 우리는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가치도 없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거액의 돈을 빌려서 영업을 시작했는데 정부가 바다이야기 게임기 한대 당 부과되는 70만원의 부가세를 비롯 세금은 세금대로 뜯어 가면서 영업을 못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개업한 지 이틀 만에 터진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영업 한번 제대로 못해 봤다는 A(35.대전 대덕구)씨.
A씨는 한대당 770만원 하는 게임기계 55대를 구입하고 가게 인테리어하는 데 모두 5억원을 들였다.

며칠째 영업을 못하고 있는 A씨는 현재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A씨는 "전재산과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 막차를 탔는데 기계를 강제로 뺏는다는 것은 나 보고 죽으란 얘기"라며 "영업장을 폐쇄하려면 기계값 보전 등 최소한의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도 말고 오는 10월 개정되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에 적극 협조할 테니 유예기간인 내년 4월까지는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개정 음비게법은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철저히 제한하고 게임기계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게임장 영업 조건을 한층 강화했다.

또 다른 업주는 "현재 출시된 게임기 가운데 강화된 심의 기준을 통과할 기계는 한대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무조건 내년 4월까지는 끌고 가야 하는 만큼 시끄러운 여론을 감안,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했다.

상품권의 환불 대란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달 평균 상품권업체측에 수수료로 2천500만원을 지불해 온 업주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로 상품권 회사들이 도산위기에 몰리면서 동반 몰락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1일 상품권을 지역총판에 반납했다는 B씨는 "24일 오후 4시까지 상품권 환전액 8천만원을 입금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며 "여기 모인 업주 모두 적게는 8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받아야 하는데 상품권 발행업체가 고의 부도를 내면 우리는 끝이다.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울상지었다.

그는 "중고상들이 원래 1대당 770만원인 기계를 100만원 쳐준다는데 이건 말도 안된다"며 "기계를 중국으로 옮기든지 한국을 떠나서 영업할 것도 고려중"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업주 C씨는 "게임기계 가운데는 컴퓨터로 조작이 가능한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것들도 많다"며 "하지만 바다이야기는 그런 기능이 없는데 왜 하필 우리만 갖고 그러는 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바다이야기' 게임보다 사행성이 심각한 오락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들보다 양호한 '바다이야기' 게임장만 목표로 하는데 대한 불만이다.

C씨는 "도박성이 훨씬 심각한 경마나 경륜, 정선은 놔두고 왜 우리만 못살게 구느냐"며 "영업을 정지당할 경우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빌린 빚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업주들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뒤 영업을 재개키로 결의했다.

또 '황금성'과 '인어이야기' 등 모든 게임장 업주들과 연대해 집회를 여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헤어졌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