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와 '코드'가 비슷한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헌재 소장에 내정되면서 다음 달 15일 출범할 제4기 헌재 재판부의 색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내정자는 법관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과 달리 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이 없고 사건심리 때 다른 재판관과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한다. 하지만 헌재 소장의 성향이 어떤 식으로든 투영될 수밖에 없어 향후 헌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법과 사립학교법들에 대한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그동안 전 내정자는 각종 헌재 결정 때 현 정부의 노선을 따르는 의견을 자주 내놓았으며 소수자ㆍ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개혁적 성향을 보여왔다.

그는 2003년 헌재가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때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냈었다.

그는 당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 개정을 요하는 문제는 아니며 행정수도 이전 역시 국민투표에 부칠 사안이 못 된다"고 밝혔다.

헌정 사상 초유인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에도 대통령을 파면해 달라는 국회의 청구를 기각한 헌재의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헌법재판관에 내정된 민형기 인천지법원장도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서 엄격한 법 해석 기준을 제시해 공안 당국의 무리한 기소 경향을 견제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진보적 행보를 보여왔다.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은 이른바 '도롱뇽 사건'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사 사건을 맡아 소송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정을 시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헌재는 기득권 중심의 주류 질서를 대변하고 사상적ㆍ종교적ㆍ신체적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보장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으로 헌재 결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 내정자와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형기 김종대 법원장이 헌재 결정을 진보적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