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前 추정..가정불화ㆍ우울증ㆍ건강문제 가능성

프랑스인 집단거주지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을 푸는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아기들의 산모가 프랑스인 C(40)씨의 아내 V(39)씨로 드러남에 따라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과연 언제, 무슨 이유로 유기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V씨가 복막염을 앓아오다 염증이 자궁으로 번져 2003년 12월 자궁 적출 수술(자궁을 제거하는 수술로 아기를 더이상 가질수도 낳을 수도 없게 됨)을 받은 사실을 확인, 적출 수술 이전에 영아들이 유기됐을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불륜이 아닌 정상적 부부 관계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이 왜 유기됐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아들 둘을 둔 C씨 부부가 아무리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굳이 유기까지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C씨 아내가 아기를 낳은 뒤에 직접 유기했다고 가정하면 일단 C씨 부부가 불화를 겪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C씨가 최초 신고자이며 `내 아들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정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C씨 몰래 아내가 아기를 낳은 뒤에 몰래 유기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평소 아내가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거나 증오심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불화를 겪어 왔다면 상황이 전제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C씨 부부의 불화 여부 등 사적인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유기됐다면 산모가 산후 우울증을 겪었거나 남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사례를 연구해 보면 산모가 남편에 대한 복수를 하려 했거나 산모가 우울증을 겪어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에 영아 유기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C씨가 아는 상황에서 유기가 이뤄졌다면 아들 둘을 둬 더 이상의 아기들을 원치 않는 C씨 부부가 뜻밖에 임신을 한 뒤 낙태할 시기를 놓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 아기들이 정상적인 상태로 태어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찰은 V씨가 2003년 12월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사실에 비춰 V씨의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수술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위를 둘러싼 의문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V씨가 직접 아기를 낳은 산모라면 적어도 2003년 12월 이전에 출산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2005년 8월부터 살게 된 현재의 빌라에서는 낳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결론이 맞다면 C씨 부부가 이사 올 때 영아들의 시신 2구를 싸 왔다는 얘기가 되므로 C씨가 몰랐다는 것은 수긍이 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에 따라 C씨가 아기들의 유기에 일정 부분 가담했거나 아기들의 유기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V씨가 산모로 확인됐다고 해도 실제로 난자만을 제공한 뒤 대리모를 통해 아기들을 낳았을 가능성도 완전 무시할 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V씨가 아기 어머니로 확인된 만큼 오래 전에 출산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지만 대리모를 통한 출산 여부는 수사를 계속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언제 어떤 이유로 아기들이 유기됐는지에 대한 모든 것은 C씨 부부만이 알 수 있으므로 사건의 전말은 C씨 부부의 진술을 통해야만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