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1일 발표한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과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공통점은 대통령 선거에 임박해 발생하거나 발표된 초대형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거철의 이른바 `북풍(北風)'이 되풀이된 게 아니냐는 게 핵심 의혹의 하나로 꼽혀왔다.

진실위는 이에 대해 선거용으로 사전 기획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으로 "문제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이 같은 정황은 KAL기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제13대 대선에 임박한 1987년 11월29일 발생함에 따라 사건 자체가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진실위는 "사건 발생 후 범정부 차원에서 사건을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우선 안기부가 `대선사업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사건 직후인 12월 2일부터 이 사건이 북한의 공작임을 폭로하는 이른바 `무지개공작'을 추진한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계획에는 12월 5일께 외무부장관 명의로 조사진행 상황을 중간 발표하고 같은 달 16일 이전에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포함됐다.

공작기간은 12월 2일부터 다음 해 5월 31일까지이고 소요예산은 10만 달러 규모였다.

아울러 `KAL기 폭파사건 관련 북괴 만행 규탄 궐기행사 개최계획' 문건에는 안기부 주관 아래 내무.국방.문교.문공.상공.교통부와 서울시, 치안본부, 반공연맹 등 10개 기관이 12월 6∼13일 태스크포스를 설치.운영한다고 돼 있었다고 진실위는 말했다.

진실위는 또 각 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KAL기 실종사고 실무대책본부'를 통해 대선에서 여당 후보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정치적 활용방안을 검토했던 사실도 당시 회의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현희를 대선 하루 전날인 12월15일까지 압송해 오기 위해 안기부와 외무부가 외교적으로 노력한 정황도 전문 등을 통해 드러났다.

진실위는 `늦더라도 12.15 18:00까지 서울에 도착해야 한다는 방침 하에 교섭 중'이라는 안기부 전문과 `12.15 12:00까지 바레인의 공식결정을 받아야 함을 염두에 두고 대처할 것'이라는 외무부 장관의 전문 등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압송일이 12월15일이 된 것은 바레인 정부가 인도 일자를 연기하면서 빚어진 일로, 우리 정부가 15일에 맞춰 압송해 온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의 경우 수사 단서 및 착수 경위에 의심할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춰 사전 기획에 따라 유리한 시점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의혹 제기는 설득력이 없지만 수사발표 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개한 것은 문제라는 게 진실위 입장이다.

예컨대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과 같은 미확인 첩보나 `북한의 민주당 지지 지령'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간첩단 관련 정치인 수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단서와 첩보를 보유하고 내사 중'이라고 밝혀 정치적 의혹을 부풀리다가 대선 이후로 수사결과 발표를 미뤘다고 진실위는 판단했다.

진실위는 "간첩단 관련 정치인 문제를 대선 이후에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북한의 민주당 지지 지령'도 실질적으로 민주당의 의지나 정체성과 관련 없는 북한의 일방적 행위인데도 굳이 발표문에 넣은 것은 국내 정치문제에 불개입 원칙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으로서 신중치 못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진실위는 이런 상황 때문에 안기부가 이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불필요하게 불러일으켰으며 "어느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대선과정에 개입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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