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1개월 만에 청와대에 사의를 표하고 친정인 국회로 돌아갈 뜻을 밝힌 천정배 법무장관은 길지 않은 재임 기간에 인권 친화적인 법무 행정 확립과 민생 안정을 위한 서민 법제 마련 등의 발자국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공정한 법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회의 속에 작년 7월 취임한 천 장관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강력한 추진력과 집행력으로 `천정배표 법무행정'을 선보였고 그 때마다 호평이 주류를 이뤘다.

천 장관은 `인권 변호사' 출신답게 취임 초부터 인권 향상을 위한 각종 제안과 대책을 내놓았다.

그 중 국민의 뇌리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작년 10월 검찰총장을 상대로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의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확립했다는 점.
천 장관은 작년 10월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처리 문제를 놓고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다 총장을 상대로 사상 첫 지휘권을 발동해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김 전 총장이 천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퇴진하면서 보혁 갈등이 일기도 했지만 "구속이 곧 처벌이고 불구속이 봐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원칙을 대내외에 공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해 2월 발생한 서울구치소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은 각종 인권 증진 정책을 펼치던 천 장관과 법무부에 오점을 남겼다.

강도높은 자체 조사를 거쳐 관련 교도관이 처벌받고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 사건은 천 장관의 인권 정책이 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무 행정의 인권 관련 업무를 전담할 인권국이 신설되는 등 인권 정책은 더욱 힘을 받았다.

천 장관은 인권보호수사준칙을 전면 개정해 피의자 인권을 한 단계 높이는 정책을 마련했고, 행형법 개정을 추진, 치유적 교정행정으로 교도소ㆍ구치소 수용자들의 인권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이트컬러 범죄에 대한 엄단 의지를 수차례 피력하고 `유전무죄ㆍ무전유죄'의 악습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경제 범죄 근절의 필요성을 일깨운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천 장관은 각종 인터뷰에서 화이트 컬러 범죄의 엄단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재벌에 약한 검찰과 사법부의 반성을 우회적으로 요구해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올 해 2월에는 법무부의 중장기 로드맵인 `변화전략계획'을 완성해 법무부가 나아가야 할 정책 지표를 확정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치적으로 평가된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정책이 바뀌거나 우왕좌왕 하는 일이 없도록 기틀을 잡았다는 점에서 법무부 직원들도 값진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천 장관은 이자제한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보증인보호특별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법안으로 구성된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이중대표소송제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기틀을 마련해 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자제한법과 이중대표소송제에 대해 재계 등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미완의 정책'으로 남는 한계를 보였다.

올 해 5월 지방선거 관리를 편파 시비 없이 무난히 관리했다는 점도 천 장관의 재임 1년 성적이 `고득점'을 기록한 데 한몫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