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만년 꼴찌였던 천덕꾸러기가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만큼 강팀으로 거듭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주인공은 이 팀의 단장인 빌리 빈.1990년대 중반까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선수단 연봉 총액이 뉴욕 양키스 최고 연봉자 한 명과 같을 만큼 가난했다.

팀 전력도 최악이었다.

그런데 빌리 빈의 취임 후 해마다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올해도 서부 지구 1위를 달리며 거대 구단들을 잇따라 제치고 있다.

그동안 메이저 리그를 움직이는 원리는 '최고의 투자만이 최고의 성적을 얻어낼 수 있다'였다.

하지만 빌리 빈은 달랐다.

그는 '최소의 투자로 최고의 결과를 빠른 시일 안에 얻는' 모든 경영자의 꿈을 실현했다.

통계에 기반한 선수 평가 기법을 도입하고 '홈런이나 타율보다는 출루율''타점보다는 장타율'에 초점을 맞추면서 팀 전체를 혁신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130여년 동안 신봉돼 왔던 선수 평가 방법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또 무명 선수들을 발굴해 싼 값에 계약한 후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자유계약 선수(FA)의 권리를 얻으면 비싼 값에 타 구단에 팔고 그 자리를 다시 싼 값의 '젊은 피'로 대체했다.

한 명의 고액 연봉자보다 여러 명의 대체 선수로 최고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다른 구단들이 유망 선수 발굴을 위해 수많은 스카우터들을 동원하고 전국을 누빌 때 그는 보좌관의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만으로 필요한 재목을 골랐다.

체격과 외모,환경보다 철저하게 팀에 필요한 통계와 기록을 중시한 것이다.

이것 역시 '직접 만나 보지 않고는 선수를 알 수 없다'는 메이저 리그의 오랜 전통을 깬 방식이었다.

이 같은 세 가지 혁신 철학,즉 '적은 투자와 짧은 회수 기간''최적의 타이밍을 통한 인재 트레이드''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성공 비결이었다.

그러나 이는 빌리 빈의 전략만이 아니라 세상의 경영자들이 다 원하는 것.승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일궈내는 자와 늘 남의 뒤만 쫓는 자의 차이가 그래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의 경영혁신 신화를 다룬 '머니볼'(마이클 루이스 지음,윤동구 옮김,한스미디어)은 2003년 출간되자마자 미국 최고 경영인들의 필독서가 됐고 거대한 골리앗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다윗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각광받았다.

빌리 빈은 그 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월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30'에 올랐고 보좌관이었던 폴 디포데스타는 포천지 선정 '40세 미만 기업혁신가 톱10'에 뽑혔다.

국내에도 원서를 구해 읽느라 시간과 다리품을 팔면서 스터디 그룹까지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번역본이 나와 많은 이들이 '야구'와 '경영'의 기막힌 혁신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432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