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가전 상가로 꼽히는 아키하바라.우리나라 사람들도 도쿄에 오면 시간을 내 찾아보는 관광 명소다.

'가전 왕국' 일본을 대표하는 상가답게 아키하바라에는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가격도 일본 내에서 가장 싸다.

올초 JR(일본국철) 아키하바라역 앞에 한국계 가전 면세 매장이 문을 열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텃세가 심한 아키하바라 중심 상권에 한국 상인이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영식 영산기계교역 회장.올해 40세로 젊지만 교포사회에서 능력과 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업가다.

도쿄 내 3개를 비롯 오사카 삿포로 등 일본 7곳에 '영산면세점' 브랜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역업도 겸해 한국과 중국에 지점을 두고 있다.

회사 전체 직원이 150명이 넘고 연간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아키하바라에 5층짜리 자체 사옥도 갖고 있다.

장 회장은 교포 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통하지만 그의 첫 출발은 쉽지 않았다.

지방 대학에서 설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1년 정도 건설회사 하도급업을 하다가 1993년 청운의 꿈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파괴 공학'을 전공하면 장래가 있을 것이란 지도교수의 조언을 듣고 300만원을 들고 무작정 떠났다.

"유학을 생각하고 건너왔지만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해 정말 막막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던 장 회장은 "공부를 하러왔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벌써 14년이 지나 버렸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장 회장은 오자마자 일본어학교에 등록했다.

말이 통하지 않고는 일본에서의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입학금을 내고 월세방을 구하고 나니 주머니에는 단돈 만원이 남아 있었다.

낮에는 일본어학교,밤에는 한국식당에서 불판을 닦는 처절한 일본생활이 시작됐다.

장씨는 몸으로 부딪쳐 도쿄생활을 하면서 장사에 눈을 뜨게 됐다.

1993년 쌀파동으로 가격이 오르자 한국에서 쌀을 수입해다 팔았고,조용필 노래가 유행하자 남대문시장을 훑어 재고 가요 테이프를 모아다가 도쿄시장에 팔아 재미를 봤다.

무역업에 흥미를 느낀 그는 아키하바라에서 본격적으로 가전 제품 매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매상에서 TV나 냉장고를 싼 값에 사다가 소매상에 한두 대씩 팔다가 차츰 규모가 커지게 됐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는 그를 보고 그와 거래하는 일본인 도매상인이 늘어났다.

1996년에는 자본금 1000만엔으로 회사를 설립,본격적으로 가전 무역업을 시작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홍콩 중국 등을 맨손으로 찾아가 도매상을 뚫고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무역이 뭔지 몰랐어요.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무엇을 취급하면 돈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생긴 것이지요." 장 회장은 "비즈니스로 성공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이 배타적인 일본시장에서 마쓰시타 산요 등 세계적인 가전 메이커들과 거래를 트고 면세점 영업에 성공하게 된 것은 신용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사업신조 덕분이다.

가전 대리점 개설에 필요한 은행 융자와 점포 보증금도 평소 거래하던 일본인 사장이 그를 믿고 보증을 서 가능했다고 한다.

장 회장의 남은 꿈은 두 가지다.

한국 가전 제품을 많이 들여와 일본 소비자에게 팔아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최근 IT제품에서 한국산 품질이 높아져 시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매장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산 제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또 하나는 해외에서 리조트 사업을 해보는 것이다.

골프장 호텔 레저시설 등을 건설해 '영산' 브랜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호텔 개설을 눈앞에 두는 등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확보했다.

"일본이 배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땀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사업을 하면서 특별히 차별을 느끼진 않았다는 장 회장은 "한국인에게 일본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시장인 만큼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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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비즈니스 성공하려면…

일본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첫째도 둘째도 신용이다.

신용을 만들려면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는 시간 약속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한국인에 대해 '시간을 잘 안 지킨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상담 시간은 물론 납기 등 약속한 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둘째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할 때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말을 하기 전에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

발설한 내용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지고 지켜야 한다.

일본 비즈니스에서 인맥은 가장 큰 재산이다.

본인의 경우 많은 고객과 깊이 사귀기 위해 공식적인 업무 외에 개인적인 접촉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취미활동을 통해 많은 성과를 보고 있다.

고객들과 함께 주말에 골프 스키 등산 등 취미생활을 하면서 인맥의 폭도 넓히고 깊이를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