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통증보다 골먹은 미안함 더 컸다"
"이젠 후배에게 태극호 수비 물려줄 때"


이제 A매치에서 노병의 투혼을 볼 수 없게 됐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 스위스전에서 피가 흐르는 눈두덩이에 붕대를 감고 '눈물의 투혼'을 펼쳤던 태극호 '맏형' 최진철(35.전북)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6일 울산 동구 서부구장에서 만난 최진철은 월드컵 때 다친 왼쪽 무릎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었다.

전날 재개된 K-리그 울산전에 선발 출전했던 최진철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도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8일 인천에서 K-리그 원정 경기가 끝난 뒤 구단에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히겠다고 했다.

"아드보카트호에 들어갈 때부터 생각했던 겁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후배들에게 기회도 줘야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최진철은 2004년 12월 독일과 평가전 이후 대표팀을 떠났다가 홍명보 코치 등 주변의 권유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백의종군'을 결정할 땐 갈등이 심했다.

행여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겠다며 기꺼이 부름을 받았고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정들었던 붉은 유니폼과 이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최진철은 스위스전 전반 23분 펠리페 센데로스를 마크하다 머리를 부딪혀 오른쪽 눈두덩이가 찢어졌던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머리를 숙였는데 뭔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처음엔 땀인 줄 알았어요.

근데 (김)동진이가 다가오더니 '형, 피가 나요' 하는 거예요.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나 때문에 실점을 하게 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죠.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내 임무가 주어져 있는데 결국 선제골을 먹고 말았으니까요"

최진철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비록 자신은 떠나지만 앞으로 좋은 후배들이 든든하게 태극호의 수비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철, 김상식, 김진규 등 후배들이 월드컵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또 실력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섰어요.

수비수는 경험이 중요하니까요"

최진철은 앞으로 남은 현역 생활의 목표로 K-리그에서 내년 한 해를 더 뛰고 그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주위에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더 뛸 자신이 있습니다.

월드컵을 치르면서도 체력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내년 한 해는 K-리그에서 더 뛸 생각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K-리그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10%만 더 신경을 써주면 K-리그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관중이 많아지면 선수들은 더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더 재미있는 경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울산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