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나자 법조계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일었다.

대법원장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 의지가 워낙 강해 정 회장이 적어도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옥중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그러나 담당 재판부는 구속 두 달여 만에 정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보석허가 신청을 받고 무려 한 달이 넘도록 고뇌를 거듭했다.

재판부는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과 글로벌 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 공백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해 보석이라는 힘든 판단을 내렸다.

일부에선 정 회장 보석을 놓고 '재벌 봐주기'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옳지 않다.

재판부가 승진과 전보라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명(命)을 사실상 어기고 보석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판사가 외부나 내부의 힘에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럴 경우 사법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앞으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재판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