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술이 불에 타고 있다(My lips are on the fire)!"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떡볶이를 처음 접하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의 일화와 소신, 어린 시절 등을 모은 에세이집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를 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성공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광고 촬영 도중 한국 음식을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먼저 사발면을 먹었는데 면발이 고소해서 그 다음엔 봉지 라면으로 국물까지 맛봤다고 한다.

그리곤 김이 모락모락 피워오르는 빨갛고 길쭉한 음식을 봤는데 '그게 뭐냐'고 해서 떡볶이라는 걸 알고 한 번 도전했다가 혼이 난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변에서 자신을 명품족이라고 하는데 사실 옷은 실용적이지 않으면 아무리 명품이라도 절대 입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차는 품격있는 걸 타는 게 좋고 네덜란드에선 벤츠500을 탄다고 했다.

행사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리무진 서비스는 절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음악을 좋아해 서울에서 마이클 볼턴 공연장에 두 번이나 갔고 TV 음악 프로를 보다가 '비'라는 청년이 인기를 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다.

호텔이 있는 홍제천에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까지 산책을 자주 하는데 모자를 꾹 눌러쓰고 다닌 덕분에 단 한 명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대표 선수들의 호칭은 알려진 '영 파크(Young Park.박주영)' 외에도 이천수는 '릴리(Liley), 김두현은 '허니(Honey)'라고 부른다.

이영표에게 모두 사위삼고 싶을 거라고 해준 말 외에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꿈을 접은 이동국에게 '참 잘 생겼구나', 김남일에게는 '노련함이 맘에 들어'는 등의 말을 해줬다고 한다.

'눈과 눈, 마음과 마음의 대화' 편에서는 미국 전지훈련 도중 박주영과 일대일 대화를 나눴고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 약속했다는 얘기도 썼다.

선수들에게 'Be yourself(자신의 모습을 맘껏 보여주라)'고 늘 강조한다는 그는 미팅룸에서 '2002'와 '2006'을 칠판에 써놓은 뒤 '2002'를 지우며 "모두 지나간 일일 뿐"이라고 했다는 일화도 떠올렸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지만 일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예스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때 대표 선수들에게 자동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이 '강제성'을 띠고 '군기'를 잡는 식으로 전해지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지난 1월과 2월 해외 전지훈련 계획을 잡았을 때 K-리그 감독들이 반발하자 "원래 언론을 이용하는 걸 원치 않지만 그때는 언론을 통해 내 입장을 전달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밖에 토털사커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승 리누스 미헬스 감독에게 선수 교체를 미적거리다 혼이 났던 일화, 어린 시절 야구와 축구를 병행했던 얘기 등을 진솔하게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