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속 짧은 기간 전문기술 습득후 취업…고학력자도 노크

"목욕ㆍ도배ㆍ열쇠, 이런 분야 전문가도 있나요"

물론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열쇠관리사에서 목욕관리사, 병아리 감별사, 도배기능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이색학원이 많다.

이들 학원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와 실직자ㆍ조기퇴직자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문기술을 습득,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서울 사당동의 목욕관리사 학원은 어림잡아 지금까지 1천500여명이 거쳐 갔다.

이 학원 원장 강병덕(54)씨는 "우리 학원은 모멸감을 주는 '때밀이' 대신 '목욕관리사'란 용어를 처음 사용해 보급했고 전문적인 목욕관리 교육을 최초로 도입해 공중목욕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강씨는 "중국과 일본에서 강의 제의도 받았지만 목욕관리라는 게 단기간에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학원에선 신체 부위별로 효율적으로 때를 미는 방법, 사람의 피부와 골격, 마사지법을 강의하고 있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도 필수과목에 들어 있다.

수강생 중에는 대졸자는 물론 중견 기업 명예퇴직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학원생 윤미리(24.여)씨는 "목욕관리사가 되려고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처음 인터넷으로 접했을 때는 이런 학원이 진짜 있나 싶었는데 필요한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까는 기술을 가르치는 도배학원도 가정집에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까지 `넓은 시장'을 보고 새로 등록하는 수강생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병아리 감별사는 태어난 지 24시간이 채 안 된 산란용 병아리의 암수를 눈으로 구별해내는 데 필요한 정밀한 기술을 가르치는데 서울에 두 곳뿐인 감별사 학원도 청년실업 등 여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감별사 학원 운영자 고광호(63)씨는 "병아리 감별 기술은 동양인만 갖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서양에서 감별사의 임금이 높아 해외진출 지원을 목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달걀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람이 닭을 먹는 한 병아리 감별사란 직업에는 불황이 없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서울에 두 곳밖에 없는 열쇠기술 학원의 원래 목적은 열쇠관리사 양성.

이 학원에선 열쇠 없이 자물쇠를 여는 `해정' 기술에서 자동차 문 따는 법, 열쇠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고강도 1대1 강의가 특징이다.

신종 잠금장치와 다양한 도난방지시스템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에 열쇠관리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수입도 짭짤해 최근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다.

최근 상습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이모(45)씨는 열쇠 없이 자물쇠를 따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빈집털이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학원을 다닌 지 단 석달만에 `열쇠 전문가'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기간에 열쇠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주관하는 열쇠공 자격증 시험은 전과 경력 등 범죄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하지만 학원에서 기술을 가르칠 때는 수강자에 대한 아무런 검증 장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