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8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비자금 1200억원을 조성하고 회사에 약 40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과 검찰은 비자금 조성 보고 및 지시,비자금 횡령,개인 빚 탕감을 위해 회사 손실초래 여부 등을 놓고 법정에서 뜨거운 공방을 벌이게 됐다.

특히 검찰이 정 회장이 회사에 끼쳤다고 주장하는 약 4000억원의 손실액 중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로 인해 발생한 3584억원을 놓고 정 회장과 변호인단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해 이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정 회장이 개인빚 1700억원을 털어내기 위해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를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지시'에 의해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당시 주당 1157원이던 주식을 5000원에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로 인해 계열사들이 입은 피해액은 모두 3584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측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펄쩍 뛰고 있다.

이병석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이 '본말 전도'라며 반박했다.

그는 "정부의 항공사 빅딜 방침에 따라 한국항공우주가 설립되면서 잔존법인인 현대우주항공은 부채만 떠안게 됐고 이를 파산시킬 수 없어 유상증자 대금으로 빚을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측은 "채무비율을 낮추라는 정부의 재무구조 개선정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단행한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서도 정 회장과 변호인들은 '개인빚 탕감 유상증자'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가며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당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경우 총수가 지급보증하는 것이 관행이자 관례였다"며 "은행의 요구로 다른 기업도 약정에 의해 총수가 지급 보증을 섰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도 "당시 정부의 부실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정책에 따라 관련 채무를 해소하지 못하면 대규모 연쇄부도 위기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

(유상증자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했고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실질 심사가 끝난 것은 오후 3시께였다.

영장 담당 재판부는 그때부터 정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이종석 부장판사가 영장 발부를 통보한 시간은 밤 9시.그는 "정 회장에 대해 실형이 반드시 선고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